1989년 6월 4일에 일어난 톈안먼 사태를 중국에서는 64사건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톈안먼 사태 20주년과 중국에서 생각하는 64사건 20주년은 매우 다르다. 한국에서는 20년을 맞이한 올해 중국 민중의 폭발이 일어날 것이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온갖 힘을 쓰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 64사건의 시발점이 됐던 베이징대학에서는 지난해 올림픽 당시 안전문제를 들어 시작했던 신분증 검사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많은 중국 학생이 64사건 20주년 때문에 올림픽이 끝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신분검사를 하고 있는 것이라 의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의 대부분 인민에게 톈안먼 사건은 단지 추억에 불과하다.
많은 중국 대학생이 64사건을 잘 알고 있다. 중국정부의 인터넷 통제는 오래전부터 시행됐고, 중국의 젊은이들은 이미 통제를 돌파하는 데 익숙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젊은이는 올해 6월 4일은 그냥 지나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의 386세대라고 할 수 있는 톈안먼을 겪은 세대들 역시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지만, 실제 행동에 나서고 있지는 않다. 인터넷 통제를 비롯한 중국정부의 다양한 정책이 먹혀 들어가고 있는 것일까.
현재 중국 대중은 사실상 경제 문제에서만 기대를 걸고 있을 뿐이며, 그 외에는 무관심에 가깝다. 정부에 민주적인 가치를 요구하는 것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또 20년이나 지난 일이다 보니 젊은이들의 64사건 평가와 관심도 나날이 낮아지고 있다. 일부 대학생은 64사건을 국가 전복의 음모를 가진 이들이 벌인 일이라고까지 말한다.
중국은 다양한 사회적인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빈부격차의 폭은 정부의 완화정책 발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만 가고 있다. 대중은 중국의 모든 관리가 탐관오리라고 생각하며, 거의 매주 다양한 비리 사건이 네티즌에 의해 널리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인은 일의 책임을 대부분 지방정부에만 씌우고 있는 실정이다. 중앙정부에는 직접적인 비판을 하지 않는다. 이는 중국인에게 남아 있는 전통적인 통치관념의 영향 때문이다. 동시에 중국정부의 능숙한 정치 기술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시위의 주체인 젊은이들은 비록 개혁개방 이래 가장 심각한 구직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현실에서 당장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다. 그들 대부분이 한 가정의 유일한 자녀고 손자·손녀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더라도 그리 특별한 경제적 곤란은 느끼기 힘들다. 물론 고등교육을 받고도 직장을 못 구한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당장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중국에서 대규모 운동이 일어나려면 중국인의 생각이 ‘경제’에서 ‘민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인이 이해하는 민주의 개념은 우리와 조금 다르다. 중국의 민주는 ‘관직에 올라서 백성을 위해서 일하지 않으면, 차라리 집에 돌아가서 고구마를 파는 것이 좋다’는 옛말로 귀결된다. 마오쩌둥이 ‘인민에게 봉사한다’는 말로 표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중국에서의 민주는 훌륭한 지도자가 인민에게 봉사하는 개념이지 민중에 의한 민주가 아니다.
톈안먼 사태 20년은 조용히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중국 사회에 내재된 문제는 진지하게 관찰해야 할 것이다.
김바로(베이징대학 역사학과) ddokbar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