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헐값에 발행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에버랜드 전·현직 대표이사 허태학·박노빈씨에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죄를 물은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다.
서울고법은 지난 2007년 5월 허씨와 박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배임죄를 인정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30억원을 각각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에버랜드 CB 가격이 최소 1만4825원이며,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자녀 재용씨 등이 인수한 주당 7700원의 가격은 현저히 낮다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받아들였다.
대법원이 허씨와 박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함에 따라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무죄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회장은 하급심에서 배임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번 판결로 삼성그룹은 ‘편법 경영권 승계’ 의혹에 대해 면죄부를 받게 됐다. 지난 96년 재용씨가 헐값에 발행된 에버랜드 CB를 대량 인수한 뒤 주식으로 교환해 회사 최대주주가 되면서 경영권을 편법적으로 승계하기 위해 CB를 저가에 발행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