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찰스 피츠(37)씨는 페이스북이나 마이스페이스 회원으로 있으면서 야후에서는 인터넷 포럼도 운영하고 있고, 온라인으로 뉴스도 읽고 이메일로 친구들과도 연락한다. 그러나 피츠씨가 이런 디지털 생활을 누리는 데 있어서 가장 힘든 것은 자신이 고속도로 교량 밑에서 산다는 점이다. 그는 집이 없는 노숙자(홈리스)다.
노숙자 생활 2년째인 피츠씨는 “TV나 라디오, 신문은 안 봐도 되지만 인터넷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피츠씨의 이런 생활은 컴퓨터와 인터넷이 사회에 얼마나 깊게 스며들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오늘날 미국에서 집 주소가 없는 사람일지라도 인터넷 주소는 가지려 한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뉴욕시는 시가 운영하는 9개의 노숙자 안식처 중 5곳에 42대의 컴퓨터를 들여놨고 나머지 4곳에도 올해 안에 컴퓨터를 설치해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컴퓨터 사용이 가능한 8곳의 센터를 운영하는 자선단체의 경우 방문자의 절반이 노숙자로, 컴퓨터 이용 수요가 많아 1인당 사용 시간을 30분으로 제한하고 있다.
미국의 실직사태로 온라인 삶에 익숙한 중산층이 노숙자가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 가운데 컴퓨터 값이 싸지고 무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환경이 노숙자들의 온라인 생활을 가능케 하고 있다.
호텔에서 일하다 작년 12월 해고된 뒤 노숙자 안식처에서 생활하는 폴 웨스턴(29)씨는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를 “구명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슈퍼마켓 등에서 무료로 인터넷 접속을 하고 인터넷에서 일자리도 찾아보는가 하면 시 당국에 안식처 환경을 개선해달라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한다. 작년 12월 집을 잃고 노숙자가 된 로버트 리빙스턴(49)씨도 어디를 가도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다닌다. 그는 컴퓨터가 자신이 외부로부터 단절되지 않게 한다면서 “온라인에 있는 동안 나는 다른 모든 사람과 동등하다”고 감정을 설명했다. 신문은 그러나 노숙 생활에서 온라인 삶을 유지하는 것은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전기 사용과 온라인 접속이 쉽지 않은데다 비가 오거나 도둑을 맞는 것과 같은 것이 온라인 생활을 위협하는 문제가 된다고 전했다.
<연 합 뉴 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