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선임될 KIST원장은 연임도 가능하고 보수도 2배 가까이 늘리겠습니다. 또 일정금액의 재정을 지원하면서 세부적인 예산편성과 집행도 가능하도록 블록펀딩도 지원할 것입니다. 그 대신 KIST개혁에 대한 결과의 책임을 묻겠습니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자료에서 우리나라는 세계 27위에 그쳤다. 그나마 이 정도의 국가경쟁력을 유지하는 기반은 과학과 기술 인프라 분야(각각 3위, 14위)의 성과 때문이었다.
김중현 교육과학기술부 2차관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경쟁력을 한단계 끌어올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그는 부임한 지 4개월을 조금 넘겼지만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과학기술 부문에 대한 추경 예산(녹색융합원천기술 870억원 등 총 2420억원)을 따내고 한국연구재단 출범을 위한 법안통과를 주도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연세대 화공생명공학과 재직시절 산학협력단장을 역임한 경험이 도움이 됐다.
김 차관은 출연연 개혁에 힘을 쏟고 있다. 김 차관은 “KIST는 기초원천 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탄생했지만 현재는 수주과제 70% 이상이 산업기술일 정도로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파격적인 권한을 부여받은 새 KIST원장이 개혁을 진두지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IST 모델을 바탕으로 타 출연연의 자연스런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KIST는 현재 신임 원장을 선임중이며 공모자 가운데 일부는 해외 석학, 한국계 해외 연구자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연이 앞으로 산업과제 수주에 매달리지 않고 국가적인 중장기 과제를 맡을 수 있도록 여건을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 가동하기 시작한 과학기술정책조정협의회도 김 차관의 작품이다. 범 부처차원에서 과학기술정책 현안에 대한 사전 조정기능이 미흡하다고 보고 청와대, 지식경제부, 기획재정부 등을 설득해 청와대 과기특보, 교육과학문화수석, 지식경제부·교과부·기획재정부 차관이 참석하는 과학기술정책조정협의회 구성을 이끌어냈다.
김 차관은 “국과위가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과학기술정책과 R&D 등에 대한 조정이 미흡했다”며 “각부처 차관들도 흔쾌히 취지에 동의했으며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하다보면 충분히 조정기능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김 차관은 과학기술 분야 발전을 위해서는 교수들의 풀뿌리 연구를 지속적으로 늘려가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김 차관은 “성공을 전제로 지원하는 것은 기초과학분야에는 맞지 않는다”며 “대학교수 연구비 수혜율이 현재 27∼30% 수준인데 이를 60%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화가 가능한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지원폭도 늘리고 지식경제부, 기업 등과 연계해 사업화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다. 중요한 것은 “교수들이 연구비 부담없이 지속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갖추는 것”이다.
최근 북핵 실험 이후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핵주권 관련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움직임에 대해서는 냉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차관은 “과학기술 측면에서는 핵연료 재활용을 통해 폐기물을 최대 95%까지 줄일 수 있으며 이러한 방향에서 미국 측과 협상을 하는 게 맞다”며 원자력 협정이 정치 논리로 확대되는 데 우려감을 표시했다.
그는 “경제위기 이후 재도약을 위해서는 과학기술 분야의 성과가 중요하다”며 “대학, 대학원, 출연연, 산업체 등 각자의 새로운 역할을 찾고 지원하는 데 힘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연세대 재직시절인 지난 2005년 1년여간 서울시 산학연 포럼 회장을 맡은 것을 인연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 기술 공약을 다듬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