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2.0 TV빅뱅, 거실이 진화한다] (2부-2)엔진에서 앞선다

[디지털TV 2.0 TV빅뱅, 거실이 진화한다] (2부-2)엔진에서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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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 엔진,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최상의 화질을 구현하기 위한 TV 업체들의 엔진 기술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초당 60장이 전송되는 디지털 방송 신호를 보다 선명하게 처리하기 위한 기술을 하나의 엔진(SoC:시스템 반도체)에 결집시킨 것이 TV다. 아날로그 방송 시대에는 일본 등 해외에서 엔진을 수입하던 국내 업체들은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면서 독자 기술 개발에 성공, 기술 주도권을 쥐게 된다. 글로벌 TV 시장을 주도하는 한국 업체들의 강점은 수직 계열화를 이룬 디스플레이와 디자인 경쟁력에 더해 엔진 기술을 함께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삼성 엔진 기술 10년 간 ‘상전벽해’

1998년 11월, 세계 최초로 디지털 HDTV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더욱 선명한 화질 처리를 위한 엔진 개발에 적극 나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진 기술을 완성했다. 특히 디스플레이와 엔진, 소프트웨어 기술을 모두 독자로 개발했다.

2002년에는 현실에 가까운 최적 화질을 구현하는 삼성 고유의 화질 개선 칩 ‘DNIe(Digital Natural Image engine)’가 탄생했다. 당시 외신에서는 ‘미세한 디테일에 부족함을 찾을 수 없고 색상 표현도 자연스러우며 억지스럽지 않다’며 호평을 보냈다. 이후 삼성전자는 다양한 기술을 자체 개발하며, 엔진 기술을 축적해 왔다. 이 같은 엔진 기술 향상은 디지털TV 개발 노하우와 반도체 기술력이 어우러진 결과다. 특히 최근 LED TV에 접목한 ‘크리스털 LED 엔진’은 삼성 TV 엔진 기술의 정수만을 모아놓았다는 평가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진정한 240㎐ 화질을 구현해 주는 세계 최고 성능의 ‘구동 주파수 변환(FRC:Frame Rate Conversion)’ 기술이다. FRC는 초당 전송 속도 60장인 방송 신호를 정밀하게 예측, 초당 240장의 프레임으로 확장하는 기술로 화질을 결정하는 핵심이다.

박세웅 삼성전자 수석연구원은 “FRC는 초당 60장에 달하는 장면과 장면 사이에 3장의 프레임을 더 끼워넣어 흔들림이 많은 영상도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한다”며 “TV 엔진 기술 중 가장 구현이 어렵고 핵심적인 기술”이라고 말했다.

FRC를 완성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영상과 영상 사이에 가상의 화면을 예측해 삽입하는 ‘동작 예측·삽입(MEMC:Motion Estimation Motion Compensation)’ 기술이다. 이를 위해서는 화면에 나타나는 영상의 다음 화면을 정밀하게 예측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전 프레임에서는 사라졌던 영상이 다음 프레임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 석 장의 가상 프레임으로 이 같은 동작을 예측해야 하는 것. TV 엔진 기술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과 비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성전자는 또 ‘내추럴(Natural) 화면 모드’ 등 다양한 화질 기술을 엔진에 집적해 실물을 보는 것 이상으로 선명하면서도 눈이 편안한 화질을 구현했다. 내추럴 화면 모드는 화면 밝기와 원색을 과도하게 높인 인위적인 컬러가 아닌 눈에 편안하고 부드러운 화질을 표현해 주고 소비전력도 절감해 특히 장시간 TV를 시청하는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LG, 고객 패턴에 따른 화질 구현

LG전자는 다양한 고객들의 선호도와 요구를 분석, 그에 맞는 화질을 구현하기 위한 엔진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북미·중남미·유럽·아시아·중동 등 세계 40여개 국가를 직접 발로 뛰면서 소비자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LG전자는 2008년 최초로 전문가 영상 모드를 만들었으며, 올해부터 다양한 영상 마법사 기능을 추가해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전문가급 영상 설정을 가능하게 하는 등 엔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화질만을 연구하는 연구 인력도 5년 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리며 엔진 기술 개발을 강화했다.

국내 시장에 출시하는 평판TV 22개 시리즈에 ‘컬러 디캔팅(Color Decanting)’ 기술을 전면 적용했다. 컬러 디캔딩은 화면 전체를 한번 보정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 피부색·배경색·음영 등 한 화면 안의 다양한 색채를 개별적으로 인식해 두 번 조정하는 기술이다.

피부색은 영상의 피부색 영역을 별도로 검출해, 배경색은 그대로 유지하고 피부색은 현실과 같이 표현한다. 또 어두운 영상이나 밝은 영상에서 잘 구분되지 않던 숨어 있던 부분도 섬세하게 표현한다. 영상 밝기에 따라 자동으로 밝기 레벨을 조정하기 때문에 섬세한 컬러 표현이 가능하다.

이렇게 화질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영상 엔진이 색채를 두 번 조정하는 ‘트윈 XD 엔진’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첫 번째 영상 엔진이 회로 상에서 화질을 조정하면, 두 번째 영상엔진이 패널에서 다시 한번 화질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화면 속 피부색을 따로 조정해 배경과의 간섭 현상을 없애고 영상에 따라 자동으로 밝기를 조정하는 기술과 더 세밀하고 부드러운 영상 표현이 가능한 ‘고화질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HDMI) 1.3’ 기술도 탑재했다.

◆인터뷰-정태홍 삼성전자 상무(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SoC플랫폼)

“엔진 기술은 TV업체들의 가장 핵심적인 자산입니다. DNIe 등 엔진 기술에 대해 한때 외부 판매도 고려한 적도 있었지만, 절대 공개하지 않을 만큼 중요한 기술이죠.”

1998년 디지털 HDTV 양산 이전부터 TV 엔진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정태홍 상무는 TV 엔진 기술의 중요성과 개발 과정에 대해 큰 자부심을 표출했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천명의 개발진을 이끌며 엔진 기술을 진두지휘해 온 정 상무는 이제 TV 엔진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강조했다. 정 상무가 이끄는 SoC 플랫폼 팀은 삼성 TV의 핵심 역량을 개발하는 숨은 병기다. 특히 이제는 경쟁사에 앞서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만들어 내느냐를 고민하고 있다.

그는 “480㎐ 기술의 필요성 검토 등 경쟁사에 앞서 기술을 선도해 나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며 “아날로그 TV 시절 핵심 영상 처리 칩을 수입해 쓰던 시절에는 상상도 하지 못한 변화”라고 말했다.

디지털TV 시대에 진입하기 이전 삼성전자는 일본 등 경쟁사가 ‘쓰다 버린’ 구형 칩을 수입해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기술적 토대가 없었던 삼성전자는 추종자에 불과했다. 하지만 디지털TV 시대에 진입하면서 모든 업체가 같은 출발선에서 경쟁했던 것이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정 상무는 “2002년 자체 엔진 기술인 DNIe를 완성한 이후 디지털TV 1위 신화를 완성한 ‘보르도 TV’부터 독자 플랫폼 기술을 완성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밤을 새운 개발자들의 땀과 노력으로 엔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랐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정 상무를 비롯한 SoC 개발진들은 이제 세상에 없는 새로운 엔진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정태홍 상무는 “TV 엔진 기술은 지금도 끊임없이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며 “480㎐ 기술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세계를 선도하는 엔진 기술 정립에 매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TV 엔진 기술

#노이즈 제거(NR:Noise Reduction)=방송 신호 전달 과정에서 통상 10여개 이상 발생하는 노이즈를 줄이는 기술. 신호와 노이즈를 어떻게 구별해 내는지가 기술력을 좌우한다. 신호와 노이즈를 분리해 노이즈는 필터링을 통해 디테일을 조정하고 주신호와 다시 합성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어두운 배경이나 인물과 배경 접점에 생기는 노이즈를 주신호를 손실시키지 않으면서 제거한다.

#해상도 자동 검출=SD급 영상을 HD급 영상으로 자동 변환시키는 기술. 원 신호의 특성에 맞게 화질을 개선해 HD급 화질에 맞먹는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 처리 과정은 영상을 분석하고 흐리거나 노이즈가 발생한 부분을 자동으로 보정해 다시 복원하는 방식이다. 미세한 부분을 강화하는 마지막 과정을 거쳐 TV에서 구현한다.

#와이드 컬러 인핸스(Wide Color Enhance)=자연색에 가까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색감을 재현하는 기술. 이전에는 2차원의 컬러 매핑 분석을 통해 색을 보정하던 단계에서 3차원의 컬러 매핑으로 진화했다. 특히 영상의 밝기에 따라 3차원으로 컬러 정보를 분석해 좀 더 자연스러운 색상을 구현한다.

#아날로그 노이즈 제거=아날로그와 디지털 콘텐츠가 혼재하는 화질의 문제를 극복하는 기술. 아날로그 영상 신호의 컬러와 흑백 화면을 분리해 다시 저장하고 디지털로 전송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TV에서 아날로그 콘텐츠를 자동으로 탐지하고 차별화된 화질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