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외국인 중심으로 최고위 임원(C레벨) 구성을 마무리했다.
LG전자(대표 남용)는 그동안 공석이었던 최고인사책임자(CHO)에 미국 포드자동차 출신인 피터 스티클러 부사장을 적격 영입했다. 스티클러 부사장은 27년 동안 포드에서 근무하는 등 35년 경력의 인사 전문가다. 스티클러 부사장은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 사회학을, 미국 미시간주립대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로써 LG전자는 남용 최고경영자(CEO)와 정도현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제외한 모든 최고 경영진을 ‘파란 눈의 외국인’으로 채웠다. CEO를 포함한 8명 C레벨 가운데 무려 6명을 외국인 임원으로 구성하는 파격적인 ‘글로벌 용인술’에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이들 두 명을 제외하고 백우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한국인이지만 국적이 미국인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과 마찬가지 신분이다.
LG전자는 지난 2007년 3월 남용 부회장이 취임한 이후 그 해 12일 더보트 보든 최고마케팅책임자 (CMO) 영입을 시작으로 거의 3∼4개월 단위로 C레벨을 영입했다. ‘글로벌 인재 경영’을 모토로 외국인 C레벨 영입을 시작으로 과감한 인사 실험에 나선 것이다. 일부 회의적인 시선도 있었지만 남 부회장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안팎을 설득하며 이를 밀어 부쳤다. 아직 외국인 인사 실험을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먼저 마케팅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화이자와 존슨 앤 존슨 출신인 보든 CMO가 마케팅 야전 사령탑을 맡으면서 브랜드 위상이 크게 올라갔다. ‘F1’ 등 이름난 글로벌 대회 후원사로 나선 데는 경험 있는 외국인 부사장이 크게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서브 브랜드를 과감하게 줄이고 ‘LG’라는 단일 브랜드로 프리미엄화하겠다는 기본 개념도 보든 CMO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매와 공급망 분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IBM에서 영입한 토마스 린튼 최고구매책임자(CPO)는 1년 동안 구매체계 개선에 나서면서 불필요한 구매 비용을 크게 줄였다. 3월 LG전자에 합류한 디디에 쉐네보 최고공급망관리책임자(CSCO)도 물류 체계 개선에 나서 올해 1분기 동안에만 전년 대비 약 900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뒀다. 올해 전체로는 40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조직과 IT 시스템 구축, 최고 경영진의 현장경영 등을 통해 이룰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물론 아직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여전히 외국인은 한국적인 정서나 특유의 기업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고 의사 소통이 힘들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이들 외국인 임원은 아직도 글로벌 기업 LG라고 이야기하지만 업무를 추진하는 데 있어 ‘의사 소통’을 가장 큰 난관으로 꼽을 정도로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여기에 ‘자리’가 줄어드는 데 대한 국내 임원의 반감 등 해결해야 하는 숙제다. 그러나 이들 외국인이 C레벨에 포진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앞당기고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남용 부회장의 글로벌 용병술이 실제 경쟁력으로 이어 갈지 여부를 가늠하는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셈이다.
힌편 LG전자는 이날 CHO와 함께 CFO 산하 정보전략팀장에 김경호 전무도 함께 영입했다고 밝혔다. 김 전무는 카이스트(KAIST)에서 경영정보시스템(MIS)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년간 액센츄어 등 컨설팅 업계에 몸담아 왔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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