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경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가장 눈총을 받는 분야가 화학 산업이다. 제품을 생산·폐기하는 과정에서 독성물질이 다량 배출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반대로 생각하면 환경규제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산업도 화학업계다. 워낙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데다 환경 규제 대응력이 향후 기업 경쟁력이 될 공산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국내에 LCD용 액정 전문 기업으로 더 잘 알려진 화학·제약 기업 머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친환경 소재를 고객사에 제공함으로써 종국적으로 환경 친화적 완제품을 생산하는데 일조한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삼성·LG가 친환경 LCD TV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머크는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에너지 절약형 액정을 고객사에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유르겐 쾨닉 한국머크 사장은 화학업계서 드물게 친환경 기업으로 분류되는 비결을 끊임없는 연구개발에서 찾았다. 그는 “머크는 한 분기가 아닌 한 세대를 기준으로 R&D 계획을 세운다”며 “340년이라는 업력도 이 같은 노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활동서 유발될 가능성이 높은 독성물질에 대한 관리도 각 지사별로 엄격하게 관리된다. 각국의 머크 지사장 개개인이 ‘최고환경정책책임자(CGO)’인 이유다. 특히 한국머크의 경우 액정 포장용 폐용기를 국내법으로 정한 기준보다 훨씬 까다롭게 처리하기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사용된 화학물질 포장재는 반드시 800℃ 이상 고온에서 완전 소각해야 한다. 머크의 액정 용기는 1100℃에서 폐기된다. 일반 소각 대비 처리비용이 10배 가량 더 든다. 이는 폐기물 처리시 독일 본사 기준을 원용키로 한 한국머크 방침에 따른 것이다. 최근 기업들마다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이 밖에 2002년부터는 본사 차원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프로그램을 실시, 전 세계 머크 지사에 에너지 절약 운동을 벌여 가고 있다. 이를 통해 2005부터 3년간 총 14만건의 잉여 탄소배출권을 판매하기도 했다.
◆인터뷰
-최근의 친환경 트렌드에 대한 대응전략은?
▲일희일비하지 않는 연구개발이 답이다.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던 지난해 경기도 포승 첨단기술센터(ACT)를 세우기로 결정했다. 장기적 안목과 의지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한국의 문화가 신기술을 개발, 평가하기에 더 없이 좋은 환경이라는 점도 유리하다. 기본적으로 한국인은 새로운 것에 대해 언제나 열광한다. 테스트 마켓으로 제격이다.
-미래 친환경 비즈니스로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꼽는다면?
▲(후면에 태양전지가 부착된 액정 디스플레이를 보여주며) 이처럼 별도의 에너지원을 필요치 않는 기기들을 위한 각종 소재라면 우리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유기박막(TFT) 또는 태양전지용 유기물질들을 개발, 고객사들에게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약력
1954 브라질 상파울루 출생. 1977∼1998 바스프(BASF) 매니저. 1998∼2001 파키스탄 BASF 사장. 2001∼2008 파키스탄 머크 사장. 2008 한국머크 대표이사 사장.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