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매년 15∼25% 안팎으로 성장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기대는 경제위기에 잠깐 자리를 내줬다. 올해 전 세계 수요량이 역성장할거라는 시장조사기관들의 우울한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태양광 산업이 이대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기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이다. 기업들의 태양전지 생산라인 투자와 경기불황이 제품가격 하락을 불러와 오히려 태양광산업을 더 발전시키는 촉매제가 된다는 이유에서다.
아이케 베버 독일 프라운호퍼 태양광연구소장도 “최근 태양광 모듈의 수요가 둔화돼 올해만 생산비가 15%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현재 태양광산업은 150억달러 규모지만 향후 10∼20여 년간 1000억∼3000억달러 시장으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 소강상태는 경기불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기업들 앞다퉈 투자= 실제로 시장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도 국내 태양광 관련 업체들의 투자는 잇따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신성홀딩스가 올해 각각 330㎿·100㎿까지 생산라인을 확충한다. 결정형 태양전지 새내기인 제스솔라도 곧 60㎿급 양산라인 가동에 들어가기 위해 분주하다. 차세대 태양전지로 일컫는 박막형 기술에 대한 투자도 최근 부쩍 늘었다. 한국철강·알티솔라가 국내서 최초로 비정질실리콘(a-Si) 박막 태양전지 라인을 건설한데 이어 나란히 에너지관리공단의 인증까지 획득했다. 동진쎄미켐은 2015년까지 400억원을 투입, 100㎿ 규모의 염료감응형 태양전지(DSSC) 제조라인을 건설키로 했다.
후방산업 투자도 활발하다. 국내 대표 폴리실리콘 제조사인 OCI(옛 동양제철화학·대표 이수영)는 이번달 연간 1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2공장 가동하는 한편, 3공장(1만톤) 또한 올해 안에 완공키로 했다. KCC는 2010년 양산을 목표로 충남 대죽산업단지에 연산 6000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중장기적으로 연산 1만8000톤 이상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웅진폴리실리콘 역시 2012년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연간 1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생산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a-Si 태양전지 핵심소재인 모노실란 시장을 잡기 위한 국산 업체들의 투자도 멈출줄을 모른다. 소디프신소재(대표 하영환)는 한국철강과 모노실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함과 동시에 대규모 증설에 나섰다. 생산량이 지난 2007년 300톤에서 2008년 400톤까지 늘었다. 향후 제 2공장 완공에 맞춰 2400톤까지 늘릴 계획이다. 코아텍(대표 문영환)도 모노실란 생산 준비에 박차를 가한다. 지난해 이미 시범생산 라인을 완비했으며 현재 연 200톤 생산설비를 갖추기 위해 막바지 작업을 진행중이다.
◇정부, 지원사격= 태양전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의 돈보따리도 어느 때보다 크게 풀릴 예정이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내놓은 그린에너지 전략로드맵(안)을 통해 오는 2012년까지 태양광 분야에 총 3398억원의 예산을 투입키로 했다. 장기적으로 결정질 실리콘 시장을 기반으로 차세대 태양전지 기술의 다각화를 추진한다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태양광발전 가격과 화력발전 비용이 같아지는 균형점(그리드패리티)에 도달하기 위해 고효율·저가 태양전지 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제조장비 국산화·실리콘 원소재 비용 저감 등 후방산업 지원까지 세심한 지원책이 마련됐다.
◇지차체, 태양광 산업 유치 붐= 태양전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행보도 발빠르다. 충청북도는 ‘아시아 솔라밸리’ 건설을 목표로 지난 2007년부터 관련 산업을 집중 유치했다. 아시아 솔라밸리는 청주∼청원∼증평∼진천∼음성∼충주를 잇는 지역을 태양광 산업의 메카로 육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미 현대중공업·한국철강 등 태양전지 업체는 물론 다우코닝 태양광 응용·기술센터 등 연구시설들도 들어서고 있다.
정우택 충북도지사는 “국내 태양전지 모듈의 60∼70%가 충북에서 생산된다”며 “태양광산업 집적 효과를 통해 타 지자체보다 유리한 입지조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올 초 ‘광주솔라시티센터’를 준공하면서 태양광 산업 유치에 박차를 가했다. 총 사업비 42억원이 투입된 센터에는 태양전지 공정실·태양전지 특성분석실 등이 갖춰져 있다. 특히 차세대 태양전지로 각광받고 있는 박막형 태양전지와 실리콘 박막태양전지를 원스톱으로 제조할 수 있는 일괄제조시스템도 구비됐다. 이 밖에 대구시도 동진쎄미켐의 DSSC 생산라인 투자를 유치, 태양광 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