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반도체 시장에 훈풍이 불었다. 지난 4월 세계 반도체 출하량이 전월 대비 6.4% 늘어나고 반도체 후방 산업인 국내 소모품 부품 업체의 2분기 매출도 작년 2분기 수준으로 회복되는 등 완만한 상승세를 탔다.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의 공장 가동률이 상승, 세계 경기 회복을 알리는 전조로 해석된다. 하지만 세계 반도체 경기가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2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세계반도체협회(SIA)는 1일(현지시각) 지난 4월 세계 반도체 출하량이 전월 대비 6.4% 늘어 156억달러(약 19조3000억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출하량도 전월보다 3.3% 증가, 두 달 연속 상승세를 탔다. 다만 작년 4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25% 감소한 수치로 1년 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조지 스칼리스 SIA 회장은 “두 달 연속 시장이 커졌다는 점은 몇몇 부문이 정상적인 판매 패턴을 보인 것”이라며 “PC시장이 예상보다 선전했던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올 초 PC 시장이 12%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6% 하락했으며, 휴대폰 산업도 15% 위축 예상과 달리 7% 하락해 메모리 수요가 예상치처럼 크게 줄지 않았다.
소모성 반도체 부품의 대표 기업들의 2분기 매출은 세계 수요가 본격 침몰하기 이전인 작년 2분기 실적치에 근접했다. 상반기 전체 매출은 회복세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ISC테크놀로지는 반도체 패키지 테스트 소켓 매출이 지난 3월 11억원에서 지난 4월 17억원으로 54% 증가, 올 2분기 매출이 작년 2분기 5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1분기 매출이 작년 1분기 매출의 60%에 달할 정도로 부진했지만 지난 5월 소켓 매출이 16억원에 달하는 등 매출이 예년 수준을 되찾았다”고 전했다.
파이컴은 올 2분기 웨이퍼 테스트 프로브 카드 매출이 작년 2분기(75억원) 매출에 근접한 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파이컴 관계자는 “지난 1분기 프로브 카드 매출이 35억원에 불과했으나 올 2분기 주문이 70% 이상 증가, 부품 매출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에스앤에스텍도 회로 패턴 형성에 필요한 블랭크 마스크 2분기 매출이 작년 2분기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매출이 1분기(114억원) 매출에 비해 10%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메모리 재고 소진에 따른 반도체 업체의 주문량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실리콘 웨이퍼의 공장 가동률도 상승세다. 실트론의 가동률은 지난 2월 43%를 밑돌았지만 3월 이후 높아지면서 5월 말 현재 73% 이상까지 올랐다. 반도체 경기 선행 지수인 후방 산업군은 물론이고 세계 반도체 출하량이 잇따라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반도체 경기 회복 시점에 이목이 쏠렸다.
안수민·차윤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