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의 메카 `G밸리`] 부족한 치안시설에 G밸리 “나 떨고 있니?”

 “198만1552㎡(60만4000평)면적의 부지에 경찰지구대조차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어느 시골마을 얘기가 아니다. 8500여개의 업체가 입주해 있고 하루 10만명이 넘는 직장인이 출퇴근을 하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G밸리)의 치안현황이다.

 구로 및 금천경찰서에 따르면 현재 G밸리를 관할하고 있는 치안시설은 ‘가리봉지구대’, ‘가리봉치안센터’, ‘가산치안센터’ 등 3개소가 전부. 그나마 이들 시설은 G밸리 외곽의 주택인접 지역이나 지원시설 부지인 디지털단지 5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사실상 G밸리 1, 2, 3단지 내에는 경찰지구대가 전무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G밸리인들은 항시 치안시설 부족에 대한 불만이 많다. 여성 직장인은 치안시설이 없다는 게 공포로 다가온다고 한다.

 게임업체 E사에 근무 중인 송씨는 “여성으로써 주말이나 저녁 9시 이후에는 인적이 드물어 혼자 다니기 무섭다”며 “범죄 예방 차원에서라도 G밸리 내에 경찰지구대 2∼3개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SW업체인 K사에 근무 중인 김씨는 “G밸리가 업무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밤에 무리지어 다니는 외국인과 청소년, 이들이 다투는 현장을 수시로 목격할 수 있다”라며 치안시설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단지 특성상 퇴근시간 이후에는 인적이 드물고 가산동, 대림동 등 주변에 중국교포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유흥시설이 많아 이들이 술에 취해 다투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고 한다.

 G밸리가 공단에서 첨단 디지털산업단지로 탈바꿈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 치안시설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경찰 측은 “2∼3개의 파출소가 한개의 지구대로 합쳐지면서 치안시설이 부족해 보일 수는 있지만, 즉각 출동태세 등으로 G밸리 내 치안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G밸리 내 지구대를 추가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 측의 견해와 달리 G밸리인들은 치안시설 부족으로 인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 중에는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연쇄살인으로 G밸리가 포함된 서남부 일대를 떠들썩하게 했던 정남규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었다. 최근 들어 다시 서남부 지역 일대에서 살인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G밸리 치안시설 설치에 대한 요구는 커져가고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