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소영씨(43)는 가족과 함께 올 여름휴가를 유럽으로 떠나기 위해 A여행사를 찾았다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 여행사는 종이로 건네는 여행일정표 대신 터치스크린을 통해 여행지의 위치와 장소, 이동경로 등을 입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구글의 구글어스와 결합된 디지털 사이니지 때문이다. 터치스크린에 초고속 인터넷망과 GPS를 접속, 몽마르트언덕과 개선문, 로마 트레비분수의 최근 모습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사이니지가 문화·예술뿐 아니라 기업 홍보용에서 대형 할인점, 멀티플렉스 영화관, 기차역사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디지털 사이니지에 대한 활용도가 높지 않지만 해외에서는 대형 할인점의 경우 소비자 시선을 잡고 제품 사용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터키 이스탄불에 위치한 아크메르케즈 쇼핑몰에는 수 백개의 52인치 디지털 사이니지를 에스컬레이터 진입로에 설치해 그날의 세일 상품과 각종 이벤트 행사 정보를 동영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서점의 경우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신간 서적을 소비자에게 신속 편리하게 소개하기 위해 터치스크린을 매장 입구에 설치했다. 체코 브루노 쇼핑몰에도 엘리베이터 진입로와 쇼핑몰 출입구 등에 150개의 스크린을 설치했으며 독일 까르프 생선판매 코너에는 현재 판매하고 있는 생선의 종류와 원산지 동영상, 가격 등을 나타내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일본도 디지털 사이니지 활용도가 매우 높다.
소니는 지난 4월부터 긴자 소니 빌딩에 통신기능까지 탑재해 지역 내 이벤트나 점포안내를 고해상도 영상으로 구현하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도입했다. 일본 NTT커뮤니케이션즈도 대형 할인점의 바닐라 우유 코너의 제품을 소개하면 바닐라향을 발산시키는 디지털 사이니즈 단말기를 설치했다.
반면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활용도는 아직은 대중적인 홍보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5월 4일 하이서울 페스티벌에서 보인 높이 10m, 길이 60m의 물을 이용한 워터스크린은 20000안시루멘의 프로젝터 5대를 사용해 ‘궁을 열다’라는 영상예술작품과 함께 원형무대에서 펼쳐지는 팔색무도회, VJ영상물 등을 현장 생중계했다.
삼성전자 홍보관 딜라이트에 설치된 바 타입의 LED ‘무드튜브’ 역시 대표적인 기업홍보 디지털 사이니지다. 일부 백화점 등에도 디지털 사이니지가 설치되어 있지만 제품 사진만을 보여주는 아날로그식 방식에 그치고 있다.
김성원 현대아이티 이사는 “세계 경기침체에도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은 아직 활용도가 미미해 응용분야 확산과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