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VIEW POINT-조성식 SAS코리아 사장

 ‘세계적인 기업들의 평균수명이 겨우 13년에 불과하다’는 유럽 스트라틱컨설팅의 발표에서 알 수 있듯, 긴 경기불황과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기업의 생존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현대 경영학의 정신적 지주로 인정받는 토머스 데이븐포트 밥스칼리지 교수는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영자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으로 ‘분석(Analytics)’을 강조한다.

 데이븐포트 교수는 작년 9월 인도에서 개최된 SAS PBLS 행사에 참석한 후 전자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대는 뉴욕타임스 일요일판에 담긴 정보가 15세기에 쓰인 모든 문서를 합친 것보다 많은 정보 과잉 시대며, 이 시대의 경영자는 분석하고 또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분석이란 전통적인 의미의 표준화된 보고서(standard report), 비정형 질의(ad hoc query), 돌발 상황에 대한 경고 등을 넘어 ‘예측’과 ‘최적화’를 시도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즉, 리포트를 작성할 때 변수들 간의 관계를 이해하기 시작하면 예측이 가능하고 또 최적화를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품의 가격, 재고량, 가격 할인 시점 등이 최적화될 수 있으며, 통계적 모델링·예측·최적화가 그가 말하는 ‘분석’이다.

 식품유통 업체인 테스코(TESCO)는 철저한 고객 분석으로 영국 1위의 식품유통 기업이자 세계 최대 인터넷 식품 상점으로 거듭났고,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호텔 카지노 업체인 하라스(Harrah’s)는 분석시스템을 구축한 뒤 7년 만에 주가가 700%나 뛰었다. 이 같은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분석’ 기법과 ‘비즈니스’의 접목 즉, ‘비즈니스 분석(Business Analytics)’이야말로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해법인 것이다.

 세계적인 시장조사 전문 기관인 IDC는 비즈니스 분석을 ‘사실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데이터에 접근해서 이 데이터를 변환, 저장, 분석하고 전달하는 소프트웨어’로 정의하고 있다. 아울러 ‘올바른 정보를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기술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즉, 기업 내 신속한 의사 결정과 리포팅 프로세스의 자동화를 지원하기 위한 데이터의 추출, 저장, 고급 통계 분석,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툴 및 고객관계관리(CRM), 리스크 관리, 기업 성과 관리, 공급망 관리 등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영역까지 포괄해서 정의하고 있는 것이다. IDC는 또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비즈니스 분석 시장이 향후 5년간 매년 9.7%의 성장률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비즈니스 분석 소프트웨어가 경영활동에 실제 도움을 준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기업 성과 관리와 컴플라이언스 준수를 위한 금융권의 바젤II, 자금세탁방지, 보험사기방지 그리고 제조 분야에서의 수요 예측, 품질 마이닝, 워런티(Warranty) 분석, 마케팅 최적화 등 다양한 목적에 비즈니스 분석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다.

 세계 철강산업의 불황을 글로벌 성장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려는 포스코는 ‘설비상태 정밀 예지시스템’을 구축했다. 공장 설비 교체의 적정한 시점과 고장 원인을 조기에 알림으로써 설비 가동 상태를 극대화하고, 설비 교체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며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민간발전사업체인 GS EPS도 합리적인 전력시장 전망 및 분석을 위해 비즈니스 분석 솔루션을 도입하고 ‘전력시장 분석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중장비 업체인 캐터필러는 고객의 요구(불만사항)를 예측하는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의 요구를 앞서 예측할 수 있다면 이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준비할 수 있고, 고객 만족도를 더욱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처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 캐터필러는 조기경보시스템 도입으로 3년간 1억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즈니스 분석 솔루션은 기업을 넘어 국가적으로도 도입하고 있다. 급속한 경제발전과 그에 따른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전 지구적인 온난화 등으로 집중 호우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정보처리시스템, 지리정보시스템(GIS), 데이터웨어하우스, 데이터 마이닝 등 IT 기반의 비즈니스 분석 도구를 치수(治水)에 활용하고 있다. 양쯔강의 수문 관리에 이어 2007년 타이후 유역 관리국과 수리부 수리정보센터에 ‘홍수방지 조절 및 수자원 관리정보시스템’을 보급해 높은 효과를 거뒀다. 특히 전국의 홍수방지 조절 및 수자원 관리 업무를 연동해 국민 생활을 기본적으로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21세기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아야만 한다. 아니, 보다 앞서 나아가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앨빈 토플러가 ‘부의 미래’에서 지적했듯 가장 빨리 움직이는 비즈니스 세계에서야말로 ‘예측’은 생존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기업 간, 국가 간 장벽이 사라진 글로벌 무대에서는 비즈니스 분석을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기업과 국가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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