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 가운데 한국이 가장 뚜렷한 경기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함에 따라 경기 바닥론에 대한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나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경제가 회원국 중 가장 빠르게 회복하고 있어 경기가 바닥을 친 것으로 보지만 정부와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회복 조짐이 뚜렷하기는 하지만 바닥을 쳤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국제기구들은 한국의 금융.외환 시장이 안정되고 산업생산이 호전되는 데다 무역흑자와 물가안정 등 호전지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하다는 점을 근거로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소비와 투자 동향이 아직 미흡하다면서 경기가 바닥을 다지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OECD, 한국 경제 ’V’자 회복 가능=OECD의 경기선행지수(CLI)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의 경우 5월을 기점으로 ’V’자형 회복이 가능하다고 전망할 수 있다.
OECD는 보고서에서 “OECD 회원국의 경기가 강한 침체를 지속하고 있지만 일부 국가에서 침체가 멈추거나 간헐적으로 회복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기 회복이 예상되는 국가로는 한국, 터키, 멕시코, 프랑스, 핀란드, 폴란드, 이탈리아, 영국, 뉴질랜드, 덴마크가, 경기 침체가 멈춘 국가로는 오스트리아, 스페인, 스위스 등이 꼽혔다.
이 가운데 한국은 3월 CLI가 전월에 비해 2.2포인트가 급등해 29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증가 폭이 컸다. 2위인 터키(1.4포인트)에 비해서도 크게 앞서는 수치다. 이어 멕시코(1.3포인트)와 프랑스(1.1포인트)가 1포인트 대의 증가율을 보였다.
한국의 CLI 지수는 지난해 9월 91.8을 기록했다가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그해 10월 90.7로 떨어졌지만 11월 90.8, 12월 91.4, 올해 1월 92.7, 2월 94.6, 3월 96.8로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2월과 3월의 CLI 지수의 전월 대비 증가폭은 OECD 회원국 가운데 최대다.
CLI가 보통 6개월 뒤의 경기를 전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5월부터는 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고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일본은 지난해 10월 98.0을 기록한 이래 11월 94.5, 12월 92.6, 올 1월 91.2, 2월 90.0, 3월 89.0으로 끝 모를 하강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OECD 회원국 전체 평균도 작년 10월 95.9, 11월 94.6, 12월 93.5, 올 1월 92.8, 2월 92.4, 3월 92.2로 계속 하락 추세다.
◇정부.경제전문가 “경기 바닥 다지는 중”=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은 현 시점에 대해 바닥을 쳤다기보다 바닥에 도달했거나 바닥을 다지는 국면으로 판단하고 있다.
정부는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1% 성장하고 4월 광공업생산이 전월 대비 2.6% 늘면서 4개월 연속 증가하고 소비 또한 전월에 비해 0.5% 늘어난 데 크게 고무된 상황이다. 이들 지표는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좋아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판매 부진으로 쌓였던 상품의 재고가 바닥나면서 다시 재고를 채우는 과정에서 벌어진 착시 효과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내수 소비와 설비 투자가 살아나지 못하는 점도 걱정하고 있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경기 바닥론에 대해 “최근 일부 지표의 호전 기미가 뚜렷한 것은 사실이지만 잠재 성장률 등을 감안할 때 GDP가 전분기 대비 1%씩은 성장해야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아직 0.1% 증가에 불과해 바닥을 찍었다고 보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밝혔다.
허경욱 재정부 제1차관은 “경기 바닥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일단 전기 대비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것만으로 바닥을 찍었다고 할 수도 있고,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야 본격적으로 회복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보는 관점에 따라 두 가지 해석이 가능하므로 3분기 지표까지 보고 판단하는 게 정확한 것 같다”면서 “현재 경기 호전 조짐은 뚜렷한 것은 분명하지만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에 따른 효과가 클 수도 있어 실물 경제가 정말 제대로 회복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현재 한국 경제는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면서 “현재 GDP, 산업생산이 전기 대비로는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추세가 3분기, 4분기에 더욱 빠르게 증가한다면 상반기가 바닥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4분기에는 경제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재고 조정이 이뤄져 경기가 빠르게 하락했는데 이제는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신용 경색이 완화되면서 비교적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