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판매운영계획(S&OP) 프로세스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또 전체 공급망관리(SCM) 역량은 세계 8위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적 IT리서치회사인 AMR리서치(www.amrresearch.com)는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AMR리서치 2009년 공급망 톱25(The AMR Research Supply Chain Top 25 for 2009)’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이는 AMR리서치가 전세계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실시하는 SCM 역량 평가 보고서다. 올해 보고서는 전세계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국내 기업 중에는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톱 25에 포함됐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9위를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계획과 실행의 동기화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AMR리서치 공급망 톱25 보고서는 △AMR리서치의 전문 분석가 의견(Reserch Opinion) 20% △각 기업 전문가 의견(Peer Opinion) 20% △재고회전율(Inventory Turns) 25% △최근 3년간 총자산이익률(ROA) 25% &매출성장률(Revenue Growth) 10%를 합산한 점수로 순위가 매겨지며, 매년 5월께 결과가 발표된다.
◇삼성전자 SCM ‘세계 선두급’=AMR리서치는 삼성전자 SCM에 대한 종합 평가 코멘트를 통해 “섬광같은 실행능력과 채널 수요에 대한 정확한 예측을 기반으로 저가시장에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극찬했다. 일반적으로 많은 기업들은 영업과 오퍼레이션간 동기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나 삼성전자의 경우 계획과 실행이 톱니바퀴처럼 정교히 맞물려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AMR리서치는 삼성전자의 이같은 능력에 대해 경영진으로부터의 적극적인 톱다운 리더십이 그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오퍼레이션을 총괄, 의사결정을 집행하는 결정권자의 리더십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실제 윤종용 삼성전자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에는 ‘SCM’과 ‘의사결정’이라는 두 가지 프로세스 뿐”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최지성 DMC 부문장과 이윤우 DS 부문장도 몸소 SCM 전도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삼성전자처럼 강력한 S&OP 회의 프로세스를 확립하게 되면, 주요 유통업체와 협력해 수요예측 능력과 의사결정 속도를 높일 수 있고, 이는 다시 재고 최적화로 이어진다.
◇애플 2년 연속 1위=애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AMR리서치 공급망 톱 25’에서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AMR리서치는 아이폰·아이팟 등이 이끈 콘텐츠 리더십과 앱스토어 등을 통해 재고를 최적화하며 유통 역량을 강화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2위는 델이 차지했다. 특히 애플과 델은 재고회전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AMR리서치는 SCM 전략에 있어 콘텐츠 리더십과 지적재산권 등 보이지 않는 ‘창의적’ 역량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애플과 월트디즈니(16위)를 콘텐츠 리더십의 우수 사례로 꼽았다. 3위를 차지한 P&G는 생활용품 업계의 SCM 강자로 5년 연속 5위권을 벗어난 적이 없다. P&G는 월마트 등 유통업체들과의 긴밀한 협업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지난해 2위를 차지했던 노키아는 올해 5위로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다각도의 SCM 고도화가 관건=지난 수 년간의 AMR리서치 결과를 되돌아 보면 기업들의 SCM 역량 순위는 큰 폭의 변화를 거듭했다. 2000년대 초반 이래 주문후조립(BTO, Build to Order) 방식을 이끌며 2004년과 2005년에 걸쳐 줄곧 1위를 차지했던 델이 2007년에 25위권 밖으로 갑작스레 밀려나는가 하면, 20위권 안에도 들지 못했던 삼성전자가 2005년 혜성같이 7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은 경우도 있다.
시대적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SCM 전략 변화는 기업들의 핵심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재고 최적화와 제품 리더십 등 다각도의 SCM 고도화에 힘입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델은 재고 최적화에서는 세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지만, 제품 리더십 등 다른 부문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았다.
또 수요 예측을 통해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기존 푸시(Push) 방식에 머물러 있는 기업들이 수요예측 중심의 풀(Pull) 방식으로 전환하는 역량이 SCM 고도화의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편 5위∼7위권을 지키던 도요타는 올해 10위로 추락했다. 수년 전까지 도요타를 벤치마킹하던 삼성전자는 이제 도요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유효정 CIO BIZ+ 기자 hjyou@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