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F와 합병을 통해 거대 통신기업으로 새롭게 탄생한 KT. KT는 지금과 같은 내수 위주의 통신사업만으로는 더이상 성장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따라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기업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에는 IT 역량 혁신이라는 키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지난 3월 KT 최고정보책임자(CIO)로 영입된 후 6월 1일부로 통합KT의 최고기술책임자(CTO) 역할까지 함께 맡게 된 표삼수 기술전략실 사장은 “그동안 KT의 IT 역량은 많은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KT는 IT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의 일환으로 표 사장은 △시스템 표준화와 통합 △내부 IT 수준 향상 △정보 비즈니스를 위한 IT 기반 마련 등의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 3가지 추진 과제는 이석채 KT 회장이 표 사장을 영입하면서 반드시 이뤄달라고 지시한 사항이기도 하다.
현재 KT는 무려 600개의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사업 영역이 유선전화에서 와이브로·인터넷TV(IPTV)·인터넷전화(VoIP)·차세대인터넷전화(SoIP) 등으로 확대되면서 운용시스템(OSS)·빌링시스템(BSS)·서비스 플랫폼 등이 각기 개발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시스템들은 서로 다른 환경으로 만들어져 연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다양한 상품군과 고객이 통합되면서 그동안 개별적으로 구축된 시스템 환경은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즉 동일 고객에게 통합된 마케팅을 제공하기 힘든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표 사장은 “전 시스템을 표준화하기 위해 연내에 IT거버넌스를 수립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현재 현업과 의견 조율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시스템 구축 시에는 초기부터 확장성과 데이터 정합성을 고려해 표준화를 적용할 계획이다.
또 내부 IT 수준을 향상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이는 내부 IT 조직인 기술전략실은 물론이고 IT 아웃소싱을 담당하고 있는 KT데이타시스템에도 적용된다. 실행 계획의 일환으로 그동안 모든 프로젝트를 외부업체에 맡기던 관행을 깨고 가능한 자체 인력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KT 기술전략실은 IT 시스템 기획 및 비즈니스 연계, 관리 능력을 향상시키고 KT데이타시스템은 프로젝트 수행 역량을 강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변화는 당장 올해 추진할 예정인 오창 그룹데이터센터 구축사업과 내년에 추진할 예정인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도 적용된다.
표 사장은 “KT데이타시스템의 기존 인력과 신규로 채용될 인력을 그룹 데이터센터 구축과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투입함으로써 IT 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과거 KT는 가격 경쟁을 통해 무조건 싸면 그 업체에 외주를 줬다”면서 “그러나 이번 차세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는 초기에 많은 비용이 들더라도 내부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T 기술전략실은 KT가 새롭게 추진하는 콘텐츠 기반 사업도 적극 지원한다. KT는 그동안 콘텐츠가 유통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 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런 사업 구조로는 큰 부가가치를 얻기 힘들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한곳에 모아 놓거나 연계할 수 있는 장을 마련,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 일환으로 ‘애플 앱스토어’와 유사한 비즈니스를 구상 중이다.
이와 함께 KT는 KT그룹의 모회사로서 체계적인 그룹 IT 전략도 장기적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KT-KTF 합병에 따른 ‘통합’이 최우선 과제여서 당장 그룹 IT 전략이 본격적으로 수립되기는 어렵지만 그룹 IT 인프라 통합 등 일부 과제를 중심으로 그룹 IT 전략의 틀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다.
현재 충북 오창에 짓고 있는 그룹 데이터센터도 이런 그룹 IT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KT는 3분기 그룹 데이터센터 착공에 들어가 오는 2012년 완공할 예정이다.
그룹 데이터센터가 완공되면 현재 목동·여의도·혜화·구로·마포·분당·영동 등에 나뉘어 입주해 있는 KT와 KTF의 IT 시스템이 모두 이전될 예정이다. 또 KT그룹 계열사들의 IT 시스템들도 이전할 방침이다. 향후 통합 그룹 데이터센터가 운영되면 상당한 수준의 비용 절감이 이뤄질 것으로 표 사장은 기대하고 있다.
표 사장은 “그러나 그룹 내 통합KT의 비중이 9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계열사를 대상으로 그룹 IT 전략을 확대하는 것은 아직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계열사 중 자체 IT 시스템을 보유, IT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곳은 ‘파란’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KTH 정도다.
IT 비용 절감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이를 위해 KT는 오는 3분기부터 서버 가상화를 도입한다. KT는 옛 KT 6000대, 옛 KTF 2000대 총 8000대의 서버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서비스 딜리버리 서버 4000대를 대상으로 향후 2∼3년간 가상화를 적용할 계획이다.
우선 4000대 서버 중 중복 기능을 제거해 30%를 줄이고 나머지 70%인 2800대에 대해서는 가상화로 효율성을 50%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전체 서버를 약 3분의 1 규모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토리지 가상화 도입은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
그린IT 구현을 위해 인터넷 영상회의 시스템도 지난 1월 구축했다. KT는 본사 내 각종 사업부서, 주요 지역 지사, KTF 임원실 등 42곳을 대상으로 영상회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KT는 자체 분석 결과 국내외에서 이뤄지는 회의 20%를 인터넷 영상회의로 대체하면 연간 25만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53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 기존 IDC 서비스에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결합, 클라우드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KT는 현재 다양한 과제를 안고 있지만 올해는 무엇보다 KT-KTF 통합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표 사장은 “지난달 31일부로 ‘Day-1’이 끝나고 이달 1일부로 ‘Day-2’가 시행되고 있다”며 “오는 11월말 ‘Day-2’가 완료되면 서비스 이용자는 물론이고 임직원들도 KT와 KTF 구분 없이 모든 서비스 제공과 업무 처리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표 사장은 KT에 영입되기 전 우리금융지주 CIO를 4년간 맡으면서 기업이 IT를 기반으로 비즈니스를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 경험이 있다. 당시 표 사장은 우리금융지주 IT 자회사인 우리금융정보시스템 설립과 우리은행 차세대 시스템 구축 등 굵직한 일들을 수행했다.
표 사장은 금융 IT와 통신 IT를 비교하면서 “공통점은 두 산업 모두 IT 없이는 단 하루도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그러나 금융 IT는 비즈니스의 이네이블러(enabler)지만 통신 IT는 비즈니스의 드라이버라는 차이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신혜권기자 hkshin@
표삼수 KT 기술전략실 사장(CIO겸 CTO)
1953년 경남 함양 출생으로 부산고,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현대정보기술 대표이사(1998년), 우리금융정보시스템 대표 및 우리금융지주 CIO(2001년), 한국오라클 사장(2005년) 등을 맡았다. 올해 초까지 명지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