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기초과학,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

 ‘농부는 3년 흉년에도 종자(種子)는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아무리 어려워도 미래를 대비하자는 뜻이다. 현실의 어려움에 급급해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우만 범하다 보면 닥쳐올 미래의 준비가 전혀 없어 결국 낙오하게 마련이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 속에서도 선진국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프랑스는 마이너스 성장 속에서도 국가 R&D 투자를 늘렸으며, 독일 역시 기초과학의 핵심인 창의성이 구현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발상에서 국가 R&D 투자가 경제 상황과 무관하게 집행되도록 예산을 매년 3%씩 증액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과학기술 정책기조의 핵심을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역설하고 과학기술 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경쟁력강화법, 유럽의 기술 플랫폼, 일본의 혁신적 기술전략, 중국의 111공정 등 저마다 도전적이고 획기적인 기초과학 투자전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이러한 노력의 기반에는 그동안 축적해온 기초과학 경쟁력이 자리 잡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 배출 여부에 상관없이 이들 국가는 충분히 기초과학 저변을 탄탄하게 다져왔다.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그동안 우리나라는 단기간에 경제력과 과학기술 수준을 선진국 턱밑까지 끌어올렸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성 제고와 성장지향적인 정책 위주가 되다 보니 연구 자체에 중심을 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기초 연구는 홀대받기 십상이었다. 장기적 관점의 창의적인 풀뿌리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고 단기적 성과위주의 연구가 주를 이뤄왔다.

 다행인 것은 지금 정부가 대한민국의 기초과학 수준을 높이고 고유한 원천기술 개발과 인재확보라는 국가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구축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다양한 입자 충돌 실험으로 차세대 소재와 같은 고부가가치 산업 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 중이온가속기 사업 등 핵심 연구사업을 수행할 것으로 계획돼 있다. 단순한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아가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기초과학 연구의 산실이 될 수 있도록 정부는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국민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줘야 할 것이다.

 이기종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본부장 271jong@kis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