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에 의해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경우 일반적으로 사회적 저항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초기 낙관론은 사라지고 비관론이 우세해지면서 신기술 자체에 대한 회의가 사회적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90년대 후반 웹 기반의 인터넷 기업들이 잇따른 부도 경험은 아직도 우리 모두에게 학습효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인터넷 기업 아마존과 구글의 성공사례가 웹2.0이라는 새 버전으로 확산되면서 다시 인터넷 시장의 많은 가능성은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디지털 사이니지.
소비자들은 엘리베이터나 버스, 지하철, 쇼핑몰 등에서 접하고 있는 대형 멀티미디어가 다양한 볼거리와 정보를 제공하는데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IT시장의 신성장동력인 ‘신기루’로 보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급물살을 타지 못하고 있다. 이는 산업을 이끌고 있는 전문업체들과 정부의 노력이 부족한 때문이다.
김홍열 에이스텔 이사는 “법과 제도가 신기술의 적용에 대해 현실보다 앞서는 경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하지만 최소한 유연하게 적용시키거나 혹은 빠른 법개정을 통해 시장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과 시행령에서 보여주고 있는 과도한 규제 등은 디지털 사이니지의 옥외(OOH Out Of Home) 광고매체로서의 기능을 대폭 축소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과 이탈리아의 옥외광고물 관리법은 표준화와 규격화를 통한 시장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또한 디지털 사이니지가 성공하려면 다양한 콘텐츠와 편리한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충족시켜야 한다. 대형 멀티미디어의 패널과 같은 하드웨어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좋은 콘텐츠와 솔루션을 갖추느냐가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이다.
오명환 인포이큐 사장은 “디지털 사이니지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콘텐츠와 SW가 함께 어우러져 사용자가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기능을 단순화시켜야 한다”며 “여기에 TV와 가전이 융합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디지털 사이니지로 발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에서 패널만을 공급받아 대형 멀티미디어를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일본처럼 전문업체들이 모여 디지털 사이니지협의회를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전문전시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홍열 이사는 “지난 1월 미국서 개최된 CES는 부스가 전년대비 20% 줄었지만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디지털 사이니지 전시회(ISE 2009)에는 부스와 등록자가 20% 이상 늘었다”며 “시장이 활성화되기 전에 세계적인 디지털 사이니지전을 통한 산업홍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