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패널 위에서 한 편의 유화가 떠오른다. LCD 화면을 거쳤지만 캔버스 위에서 흐르는 붓의 움직임과 질감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지난 3일부터 오는 23일까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열리는 ‘디지털 빛의 세계, 모던아트 갤러리’에는 액자 대신 12개의 디스플레이광고게시판(DID)이 설치돼 있다. DID안에는 우리 나라의 유명 화가들이 명화가 번갈아가며 비춰진다.
인프라넷 주관, 전자신문사 주최, 한국미술협회 후원으로 개최되는 이번 전시회는 순수 아날로그 예술 영역인 회화를 IT기기 위에서 전시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는 인프라넷이 개발한 ‘하이퍼 아트 갤러리 창(窓)’이라는 미술 감상용 솔루션을 2009클림트 한국전시 등에 일부 활용한 것을 계기로 기획됐다.
이 전시를 위해서는 화가들이 캔버스 위에 그린 그림 원본을 슬라이드 필름, 이미지 파일 형태로 변환하는 과정이 가장 먼저 수행됐다. 제공된 파일은 DID에 저장돼 전시장에 걸려진다. 관람객들은 복제된 이미지를 보지만 LCD패널의 해상도가 높아 원본과 거의 흡사한 수준의 색감과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솔루션의 가장 특징은 화면이 천천히 움직이면서 작품의 곳곳을 보여주는 기법. 미술 작품의 세세한 부분까지 보여줘 관람객은 기존 전시에서 보지 못하는 색다른 발견을 할 수 있다.
한 DID패널 안에는 최다 100개까지 작품을 저장할 수 있어 좁은 공간에서 많은 작품을 전시할 수 있다 또, 해외 전시에서 파손의 위험이 없는 것도 DID를 활용한 미술 전시의 장점이다.
전시에 참가한 화가들도 자신의 작품을 더 많은 관람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광선 화백(한국미술협회 고문)은 “이번 행사를 통해 디지털과 미술이 화합하여 함께 대중으로 다가가는 계기사 마련됐다”고 말했다.
도록집과 함께 화가들의 작품이 담긴 CD와 디지털 액자를 판매하는 것도 다른 전시와 차별화된 점이다.
인프라넷은 오는 15일부터 인터넷 전시장(www.art-korea.net)도 마련해 이 작품들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