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화도 국민이 직접 느끼고 체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김성태 초대 한국정보화진흥원장(55)은 정부 정보화 정책에도 이젠 서비스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정보화 총괄 지원기관으로서 정보화진흥원의 책무는 이를 뒷받침하는 ‘싱크탱크’ 역할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원장은 그동안 국가정보화 정책이 사업별 전문화를 이뤘지만 시너지를 내지 못한 것도 통합법인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국정보사회진흥원과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결합은 이 점에서 ‘찰떡궁합’이라고 표현했다. 정보사회진흥원이 주로 정부를 상대로 전자정부 지원사업에 전념해온 반면에 정보문화진흥원은 정보 소외계층이지만 일반인을 상대로 정보화 격차 해소사업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결국 통합기관이 국민과 정부 양쪽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합기관의 시너지’를 마치 주문처럼 되뇌는 김 원장의 비전은 얼마나 구체적일까.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어떤 것인지 당장 떠오르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보화는 어쩌면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것입니다. 정보기술(IT)이 컴퓨터 속에 갇혀 있던 시절은 지나 갔습니다. IT가 없으면 생활이 안 되고 업무가 안 되는 시대입니다. IT로 일하는 방식의 혁신은 물론이고 이제 IT를 사회의 각종 문제들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발전시켜야 할 때입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의 건강을 센서로 자동 체크해 멀리 떨어진 병원의 의사가 시시때때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사례입니다. 어둡고 음침한 골목 곳곳의 치안이나 문화재 관리도 IT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손이 일일이 닿지 않는 곳을 IT로 책임질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는 익히 알려진 내용들입니다. 좀 더 새로운 것은 없을까요.
▲아이디어를 찾으면 무궁무진합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따르면 화재 실종자의 유골을 찾는 작업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결국 재로 변한 유골조차 찾지 못해 유가족은 말도 못할 슬픔에 잠기곤 합니다. 이 같은 문제도 인적 DB 서비스와 연계하면 얼마든지 해결 가능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서비스를 제대로 개발하면 얼마든지 수출도 가능합니다.
농촌에서 늘어나고 있는 국제결혼으로 형성된 다문화가정의 교육문제도 IPTV 등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에 대한 문화 혜택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통난·어린이 보호 등 갖가지 문제를 국가정보화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진흥원의 비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습니까.
▲결국은 미래지향적인 국가정보화 싱크탱크로 뿌리를 내리는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국가정보화 싱크탱크로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개도국을 대상으로 정보화 자문 지원을 강화하면 자연스럽게 한국의 위상과 외교력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의 앞선 국가정보화사업을 해외에 소개하면서 국내 정보화 관련 업체들이 해외에 동반 진출하는 계기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미 정보문화진흥원의 정보화 격차 해소사업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이를 발판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융합과 시너지.’
김 원장은 인터뷰 내내 이 두 단어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표현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26일 취임하자마자 직원들의 화학적 융합을 위해 원장 직속으로 ‘조직융합추진위원회’와 ‘융합추진단’을 발족했다.
김 원장이 이렇게 서두른 데엔 이유가 있다. 정보화진흥원은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에 따라 통합되는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가장 빠르게 통합 작업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다른 기관들은 통합추진단을 발족하고 3개월 이상 통합 과정을 밟고 있지만 정보화진흥원은 관련법이 통과되자마자 20여일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통합 기관의 시너지도 따지고 보면 먼저 조직의 융합이 이뤄져야 가능합니다. 신속하게 통합돼 모범사례로 꼽히지만 그만큼 결합이 인위적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통합의 효율성을 내세우다 보니 ‘선통합 후융합’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아직 화학적 결합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직융합추진위원회와 같은 조직을 만든 것도 이런 문제를 단기간에 극복해보자는 취지입니다. 두 조직이 시너지를 내려면 신뢰와 소통이 기본입니다. 하나의 가족처럼 단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만간 체육대회도 열고 의도적으로 구성원들이 섞일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것입니다. 비전 공유 프로그램, 기관장 테마 데이트, 봉사·동호회 활동을 통한 직원간 교류 확대 등 다양한 조직 융합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입니다.
-사실 정보문화진흥원이 흡수 통합되는 형식이어서 과거 정보문화진흥원 직원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지 고민하는 눈치입니다.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취임과 함께 인사 업무를 총괄하는 창의인재부장에 정보문화진흥원 출신 이병하 부장을 전격 임명했습니다. 인사를 가장 투명하게 하겠다는 의지입니다. 직원들도 이에 대해 많이 놀랐는데 진행 중인 조직 융합 컨설팅 결과가 나오면 직급·급여 조정도 이처럼 투명하게 진행할 계획입니다.
-흡수 통합에 따라 정보문화진흥원이 주력해온 정보 격차 해소 등 정보문화 관련 사업이 대거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습니다.
▲그 반대로 보면 됩니다. 소외계층의 정보화 격차를 해소하는 사업은 그대로 통합 진흥원의 핵심사업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그동안 정보사회진흥원이 추진해온 전자정부, 공공 u-IT사업 등과 정보문화진흥원이 추진해온 웹 접근성 등의 사업 간 연계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또 소외계층을 위한 u헬스사업을 연계하면 보다 입체적인 정보화 격차 해소사업이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 원장은 불과 1년 만에 학자에서 공기업 CEO로 완벽한 변신을 이뤘다. 지난해 5월 정보사회진흥원장으로 선임된 이후 1년간 국가정보화 지원기관의 위상을 재정립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통합기관 초대 원장으로 다시 선임되면서 양 기관의 성공적인 결합과 통합기관의 장기 비전을 수립해야 한다는 책무를 안게 됐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 그의 경영 화두도 궁금해졌다.
-공공기관 CEO로서 1년간 활약하면서 나름대로 경영철학도 생겼을 것 같습니다.
▲정보사회진흥원장 취임 후 제시한 경영비전이 ‘지식 기반 사회 실현의 글로벌 리더’였습니다. 통합 진흥원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지식 기반 사회는 이미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화가 한국을 지식 기반 사회 선진국으로 안내해야 합니다. 공공기관도 이젠 국내사업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시야를 넓혀 글로벌 무대를 지향해야 합니다. 국제기구와 협력하는 등 세계적인 정보화 싱크탱크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미래’와 ‘글로벌’은 경영철학의 토양과 같은 화두입니다.
-올해 초 ‘7C 시그마’라는 새로운 경영모델을 제시했는데 통합기관에서도 유효합니까.
▲물론입니다. 미래 글로벌 환경에 맞춰 역량을 강화(Capacity-Building)하고 창의(Creativity)적이고 청렴(Cleanness)한 자세로 소통(Communication)과 협동(Collaboration)을 강화해 업무를 추진한다는 것이 진흥원의 핵심 가치입니다. 이를 통해 내외부 갈등을 조정(Coordination)하고 궁극적으로 국민과 정부 즉 고객의 만족(Customer-Satifacation)을 실현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보화진흥원은 높은 청렴성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바람직한 정부 산하기관의 역할 모델을 제시할 것입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