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발광다이오드(LED) 칩 생산업체인 대만 ‘에피스타’가 국내 LED 시장과 업계에 새 ‘뇌관’으로 등장했다. 세계를 통틀어 단일 기업으로는 LED 칩을 가장 많이 사들이는 삼성전자와 최근 밀월 관계가 깊어지면서 국내 업계를 압도할 정도로 시장 지배력이 커졌다. 심지어 국내 최대 LED 칩 메이커인 삼성LED조차 에피스타를 통한 외주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여기다 니치아 등 해외 주요 LED 칩 메이커들과 일부 특허 공방도 진행중이어서 자칫하면 에피스타 칩을 채용한 국산 전자제품·부품의 수출 전선에 이상 징후가 생겨 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들어 LED 백라이트유닛(BLU) TV 시장 선점에 적극 나서면서 국내 주요 LED 칩 패키징 업체들을 통해 대만 에피스타 칩의 채용량을 대폭 늘리고 있다. 초고가 제품인 LED BLU TV 시장에서 초기에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엄청난 수요가 발생하는 칩을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국내 LED 패키징 업체인 A사 대표는 “최근 삼성전자측에서 에피스타의 칩을 LED BLU용으로 적극 사용토록 종용해와 조만간 이를 추진할 생각”이라며 “삼성전자로선 거대 공급처 확보와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에피스타로부터 적지 않은 양의 칩을 공급받아 왔다. 에피스타의 한국 지사 관계자는 “이미 에피스타 칩은 삼성전자 LED BLU TV에 채용돼 왔다”며 “가격 경쟁력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공급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삼성전자가 에피스타에 구애 신호를 보내는 것은 LED BLU용 칩 대부분을 삼성LED(대표 김재욱)에 대부분 의존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비록 한 식구나 다름없지만 지금처럼 삼성LED의 독점 구도가 이어질 경우 LED BLU용 완제품 시장을 선점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인 셈이다.
사정은 다르지만 삼성LED도 에피스타와의 밀월 관계가 최근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삼성LED는 양산중인 LED BLU TV용 칩의 일부 공정을 에피스타에 맡겨 임가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올 들어 LED BLU TV의 판매가 빠르게 늘어나자 기흥 사업장의 LED 칩 생산 라인만으로는 공급 물량을 감당할 수 없는 데 따른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삼성LED 관계자는 “팹 공정의 일부를 에피스타가 임가공하고 다시 우리가 패키징하는 방식으로 생산해왔다”면서 “기흥 사업장에 생산 설비를 확충할때까지 공정별로 생산 능력에 차이가 있어 위탁 생산이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대만 에피스타가 삼성을 등에 업고 한국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칩 업체들은 초긴장 했다. 국내 칩 업계가 양산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안방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칩 업체 관계자는 “에피스타는 당장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현존하는 실질적인 위협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에피스타 칩의 특허 문제도 국내 업계에 또 다른 짐이다. 에피스타는 니치아·크리·도요타고세이 등 주요 LED 칩 업체들과 여전히 특허 분쟁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국 미국 변호사는 “에피스타의 칩을 사용하는 제품이 특허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남았다”라면서 “이 경우 국내는 물론 해외로 수출하는 제품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한·이동인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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