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7일은 삼성그룹에게 ’특별한 날’이다. 신경영의 신호탄이 된 이른바 이건희 전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이 있었던 날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업들은 창립기념일 외에도 저마다 ’특별한 날’을 갖고 있다. 삼성처럼 회장이 신경영을 선포한 날이나,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나 전환의 계기를 마련한 날은 해당 기업에는 ’국경일’과 다름없다.
이런 ’특별한 날’은 기업문화의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조직을 단단하게 결속할 뿐 아니라, 기업들이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도록 끊임없이 독려하는 ’보이지 않는 힘’의 원천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993년 6월7일. 취임 6년째를 맞은 이건희 회장은 이날 200여 명의 그룹 핵심 경영진을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로 모이게 했다.
영문을 모른 채 서울 등 세계 곳곳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경영진 앞에서 이 회장은 그룹 경영의 문제점을 신랄하게 지적하면서 ’나부터의 변화’를 역설했다.
오늘의 삼성이 있게 한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삼성은 해마다 이날 사내방송 등을 통해 신경영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4일에도 11분가량의 다큐멘터리를 사내방송으로 내보내면서 ’나부터 변해야 한다’는 신경영 가치를 임직원들이 공유했다.
3월31일은 SK그룹이 창립기념일 이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날이다. K그룹이 에너지·화학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성장할 토대가 된 ’SK경영관리체계’(SKMS)를 완성해 시행에 들어간 날이기 때문이다.
SKMS는 제2대 회장인 고(故) 최종현 회장이 “1960년대가 설비경쟁의 시대라면 1970년대는 경영경쟁의 시대”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2000년대 세계 초일류기업이 되려면 SK만의 경영법이 있어야 한다”며 1975년부터 개발을 시작, 1979년 3월31일 발표한 경영법이자 기업 문화다.
특히 올해는 SKMS가 도입된 지 30년이 되는 해여서 지난해 경기도 이천에 설립한 SKMS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과 관계사 최고경영자, 구성원 등이 모여 기념식을 개최했다.
현대그룹에는 다른 기업들보다 ’특별한 날’이 많다. 고 정주영 회장이 별세한 3월21일, 고 정몽헌 회장이 세상을 떠난 8월4일, 고 정주영 회장이 소 1천 마리를 끌고 북한을 방문한 6월16일 등은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무엇보다 현대그룹에게 가장 중요한 날은 11월18일.금강호가 1998년 동해항을 떠나 금강산에 처음 닻을 내린 이날은 첨예한 남북한 대립구도 속에서 우리나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날이다. 이날이 되면 그룹 임직원들은 고 정주영 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을 방문해 참배하며, 경영의지를 다진다.
현대중공업은 6월28일을 잊지 못한다. 대중공업이 처음 건조한 26만t급 초대형 원유운반선 1,2호선의 명명식이 1974년 6월28일 있었다. 1호선은 애틀랜틱 배런, 2호선은 애틀랜틱 배러니스 등으로 명명됐다. 당시 명명식은 오전 11시 정각에 TV로 전국에 생중계됐고, 당시 박정희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정부요인들과 국내외 외교사절, 정주영 회장과 울산시민 등 5만여 명이 참석했다.
현대중공업과 울산시는 2007년부터 매년 6월28일을 ’울산조선의 날’로 정하고 기념식을 개최해 오고 있다.
포스코는 실질적으로 생일이 두 개다. 우선은 창립기념일인 4월1일이 회사의 최대 기념일로, 휴무와 함께 각종 행사도 이때 이뤄진다.
또 다른 생일은 ’철의 날’인 6월9일이다. 철의 날을 포스코의 또 다른 생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철강업계에서 포스코가 차지하는 엄청난 비중 때문만은 아니다.
철의 날 자체가 포스코의 고로에서 고열로 녹인 첫 쇳물이 나온 1973년 6월9일을 기념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의 날은 포스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날이지만 이날은 철강협회 주관의 행사가 있기 때문에 회사 자체에서 행사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두산은 그룹 창설 100주년을 맞아 그룹 대변신을 꾀했던 1996년 8월1일을 특별한 날로 삼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