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량에 따른 적용요금 격차가 무려 11.7배에 이르는 주택용 전력요금의 누진제도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초고강도 누진제 탓에 발생하는 일부 사용량 구간의 원가 미달 요금 등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반영해 정부가 누진폭 완화문제의 검토에 들어갔다.
7일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조만간 전력요금체계를 개편하면서 주택용 전력요금에 적용되는 누진폭 축소가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 결과를 반영해 이를 줄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7개의 용도별 전력요금체계에서 사용량이 많을수록 비싼 요금을 내는 누진제는 주택용 요금에만 적용되며 사용량에 따라 모두 6단계로 구성돼 있다.
저압 주택용 요금은 사용량 100kWh까지는 kWh당 55.10원이지만 그다음 100kWh까지는 113.80원으로 두 배 이상 높아지고 최고 구간인 500kWh 초과시 적용요금은 643.90원으로 최저구간의 무려 11.7배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싼 고압 주택용 요금에서도 최저 100kWh 구간 요금은 52.40원이나 500kWh 초과시 요금은 521.70원으로 최저구간의 10배에 가깝다.
이 제도는 가정의 전력낭비를 억제하고 부담능력이 큰 여유계층에 더 많은 요금을 물려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교차보조가 목적이었지만 누진폭이 과도해지면서 각종 비효율을 낳고 더는 현실에도 맞지 않게 됐다는 게 한전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사용량이 적은 가정의 경우 반드시 저소득 가정이라기보다 1인 가정이나 자녀 없는 맞벌이 가정인 경우가 많이 늘어난 것이 대표사례다.
선진국들도 누진제는 있지만 사용량에 따른 누진단계가 우리의 6단계보다 적은 3단계 내외에 불과하고 최고-최저요금 비율도 두 배를 넘는 경우가 드물다.
비교적 우리나라와 요금체계가 비슷하고 누진폭이 강하다는 대만도 누진단계가 5단계, 최고-최저요금 비율은 2.4배 정도다.
정부는 월내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교차보조를 줄이고 원가보상률이 낮은 부문의 요금을 우선 올린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어 농사용 요금이나 심야전력과 더불어 과도한 누진단계와 누진폭도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누진폭이 과도해지면서 최저구간 요금이 원가의 49%에 불과할 정도”라며 “이로 인한 비효율성의 문제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 다수 견해”라고 설명했다.
모두 7개에 이르는 용도별 요금제도도 축소 검토대상에 올랐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주택용 요금은 대개 별도의 체계를 갖추고 있지만 산업용과 일반용, 교육용 등은 별도로 둘 만한 타당한 근거가 별로 없고 과금체계만 복잡해져 비효율을 낳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전 관계자는 “용도에 따른 별도 요금체계를 줄이고 고압과 저압 등 전압별 요금체계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