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 샌안토니오 헨리 B. 곤잘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지난 2∼4일 열린 ‘세계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전시회장은 삼성·LG만이 ‘빛’을 발한 행사였다. 경기 침체 여파로 대부분 불참한 탓에 한국이 ‘세계 최대 규모의 디스플레이 전문 행사’란 체면을 살려줬기 때문이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대만 패널업체들은 모조리 불참했다. 중소형 패널 전문업체인 윈텍·TDK 정도만이 소규모 부스를 차린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전시회만 해도 세계 3, 4위 LCD 패널업체인 대만 AUO·CMO는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와 같은 규모로 바로 옆에 대형 부스를 차린 바 있다.
일본 업체 역시 볼폼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최근 신종 플루 확산을 우려, 해외 출장을 극도로 자제한 탓에 대부분 자취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해 SID 전시회에서 64인치 초고화질(UD)급 LCD 패널을 선보인 샤프는 이번엔 미국내 현지 자회사를 통해 산업용 디스플레이, 광전자·메모리·RF부품 등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히타치·NEC·도시바 등도 미국 현지법인 차원에서 새롭게 개발한 중소형 디스플레이 제품군을 전시한 수준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시회 참가 자체가 부담스러운 (경영) 상태일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지난 반년 가까이 어려움을 겪은 탓에 세계 시장에 내놓을만한 첨단 제품이 없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시회장 입구와 중앙에 각각 대규모 부스를 마련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에 모든 이의 발길이 쏠렸다. 양사가 세계 시장 1· 2위를 차지한 위상에다 세계 최초·최고라는 타이틀을 걸만한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LG의 첨단 제품 내면을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적지 않다. 디스플레이 부품소재는 여전히 일본 등 해외 의존도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LCD 산업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부품소재의 취약성을 극복, 세계 시장에서 ‘주연 같은 조연’ 역할에서 벗어나길 기대해본다.
샌안토니오(미국)=서한(신성장산업부) 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