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이르면 10월 허용 예정인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가 벤처업계 인수합병(M&A)과 벤처캐피털 자금 회수(EXIT)의 중요한 수단이 될 전망이다.
8일 관련 정부당국 및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SPAC을 도입한다는 방침인 가운데 SPAC이 한국 벤처생태계 조성에 큰 걸림돌이었던 벤처 M&A 활성화와 벤처캐피털 자금회수확대에 큰 도움을 줄 것이란 분석이다.
SPAC는 기술벤처기업 등 잠재력이 큰 우수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일종의 명목회사(페이퍼컴퍼니)를 둘 수 있게 한 제도다. SPAC는 기업인수만을 목적으로 시장에서 투자자로부터 공모방식으로 일정규모 이상의 자금을 모집해 세우고, 회사 경영진은 인수 대상기업을 발굴하고 인수 여부는 참여한 주주가 결정한다. 설립 후 일정기간내 기업을 인수하고 기업공개(IPO)를 통해 가치를 상승시킨 후, 주주들은 합병기업 주식을 시장에서 매각해 이익을 추구한다.
제도를 도입하면 기술 벤처기업에 대한 M&A가 늘어나고 동시에 기술벤처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 자금 회수가 쉬워 벤처생태계가 활성화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국내 벤처캐피털업계는 투자자금을 IPO를 통해 회수하는게 일반적이었으나, 주가가 폭락한 지난해에는 IPO 기업이 없어 자금 회수난을 겪어왔다. 이같은 벤처캐피털 업계의 자금난은 다시 벤처투자 부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나타나는 등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벤처캐피털업계 자금회수 방법은 M&A가 96.6%(이하 금액기준 비율)로 IPO(3.4%)를 크게 앞섰으나, 우리나라는 IPO가 95.6%로 정반대였다.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상무는 “업계가 자금 회수를 위해 우회상장을 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SPAC는 운영이 투명한 만큼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비상장 벤처기업 경영자 입장에서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SPAC이 한국 풍토에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우회상장은 인수주체자가 대주주가 돼 경영권을 획득하지만 SPAC은 주주 특별다수결로 의결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해 쉽지가 않다”며 “미국에서도 피인수대상 기업 소유자가 경영권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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