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에 들어가는 핵심소재를 만드는 DS전선소재는 현재 미국시장 개척의 부푼 꿈을 안고 있다. 대기업 협력사인 LS전선이 상생 일환으로 자사를 미국업체에 소개해 준 결과다.
동남아시아 등지에 수출하고 있던 DS전선소재는 2007년 북미 최대 전선회사인 미국 슈피리어에식스(SPSX)에 소재제품 수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수출실적도 있고 품질 경쟁력도 갖췄는데 SPSX 측에서는 좀체 만나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정 DS전선소재 팀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미팅을 시도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한국에 있는 작은 기업이라는 생각에 연결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1년여가 지난 작년 10월. LS전선에서 뜻밖의 ‘희보’가 들려왔다. SPSX 측에 DS전선소재를 소개했으니 조만간 수출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렇게도 단단히 닫혀 있던 문이 어느 날 갑자기 스르르 열리게 된 셈이다. 임동욱 LS전선 구매혁신팀 과장은 “SPSX와 공급망을 공유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경쟁력 있는 업체를 소개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DS전선을 우수업체로 전하게 됐다”며 “이로써 DS전선은 신시장을 개척하는 계기가 됐고, SPSX는 비용절감을 기대하고 LS전선 쪽에서도 협력사 경쟁력 강화로 효율성을 높이는 ‘트리플 윈’ 효과를 바라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DS전선의 수출협상이 쉽지만은 않았다. 주력품목인 광섬유케이블 결속을 위해 사용되는 ‘폴리에스터 바인더얀’과 케이블 피복을 쉽게 탈피하도록 하는 ‘폴리에스테르 립코드’ 사양이 LS전선과 SPSX 사이에 다소 차이가 있었다. LS전선은 다시 이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에 나섰다. 가격경쟁력이 뛰어난만큼 약간의 기술 조정으로 가능하다고 SPSX를 설득,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DS전선은 이달 SPSX와 수출 본협상을 펼칠 계획이며 연내에 수출계약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DS전선은 올해 수출목표를 지난해 150만달러의 2배인 300만달러로 잡았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기대되는 SPSX 수출건으로 인해 그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할 상황이다.
DS전선소재는 LS전선이 우수 협력사에 주는 큐파트너 인증업체기도 하다. 큐파트너 인증으로 DS전선 직원들은 LS전선으로부터 일본 도요타생산시스템(TPS) 연수비 100%와 ISO 9000 및 ISO 14000 등 품질 인증비용을 500만원씩 지원받는다. 또 LS전선 사이버 교육을 비롯해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공유함으로써 중소기업으로서 대기업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이와 함께 LS전선이 신규 제품을 개발 시 우선 지원해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추가 구매에도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DS전선소재는 LS전선을 거쳐 사업 기회를 발굴함으로써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고, LS전선도 우수 협력사가 성장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미정 팀장은 “글로벌 대기업인 LS전선으로부터 큐파트너 인증을 받음으로써 우리 제품 품질이 우수하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게 됐다”며 “이는 해외 영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품질이 뛰어난 중소기업이지만 마케팅 한계로 해외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은 DS전선소재. 그 회사가 세계적인 기업인 LS전선의 품질인정으로 해외에서 더욱 빛을 발하게 됐다. DS전선소재는 1986년 11월 경기도 여주에 설립된 전선 소재를 개발하는 업체로 자동차부품소재 인증서인 TS16949, 최고의 환경제조시설을 갖췄다는 것을 입증하는 ROHS를 비롯해 산업패밀리인증서, 프런티어기업 인증서, 클린사업장 인증서 등을 보유중인 기술 기업이다.
◆LS전선 상생경영
LS전선은 협력회사와 동반자 관계를 중시해 사업장별로 협력사 대표들로 구성된 ‘협력회’를 운영하고 있다. 협력회는 협력사 애로사항을 파악하고 지원이 필요한 때는 최고경영층에서 해소에 나선다. 특히 지속적인 정보교류로 제품의 품질향상과 국제 경쟁력 확보에 기여하고 있다.
LS전선 상생경영으로는 업계 최초로 ‘인터넷 구매시스템’을 개발해 운용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는 기존 거래방식에서 발생할 수 있는 거래상 잡음을 없애고 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도록 해 발주에서부터 구매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였다. 또 납품 빠른 대금 결제를 위해 기존의 ‘어음결제’ 방식에서 현금으로 지급하는 ‘전자결제시스템’을 도입, 협력사에 지급해야 할 납품대금과 결제일을 제휴 은행에 송부하면 은행에서 이를 승인해 납품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2005년부터 협력사와의 품질·기술 그리고 경영 전반에 대한 파트너십 강화 및 상호 윈윈 전략 일환으로 우수협력회사에 ‘큐파트너(Q-Partner)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협력회사의 품질, 가격 그리고 납기 등을 기준으로 1차 평가한 후 동반성장과 지속성장 가능성을 고려해 최종 우수업체를 선정한다. 큐파트너 인증 유효기간은 2년으로 우수 협력사 임직원들에게는 해외연수와 사내교육 등의 기회를 제공하고, 품질시스템 인증비용과 거래대금 현금결제, R&D 지원 등의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올해 들어서는 협력사 역량 및 경쟁력 확보를 목적으로 LS전선과 협력회사가 공동으로 개선과제를 수행하는 ‘함께하는 혁신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협력사가 희망하는 총소유비용(TCO) 개선과제를 선정한 후 LS전선에서 생산·설계·구매 등의 분야에서 필요한 역량 및 기술을 제공한다. 이는 협력회사의 품질 및 경영수준을 향상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LS전선은 평가한다. 현재 22개 협력회사가 생산성 향상, 품질 개선, 원가 개선 등 25개 과제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 2008년 인수한 북미 최대전선회사인 SPSX에 LS전선의 협력업체가 제품을 납품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LS전선과 SPSX는 동종 업계라는 특성상 많은 부문에서 구매 영역이 겹치기 때문에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협력사들이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에 협력사 제품에 품질 테스트와 시작업 등의 검증 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물량 공급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최연배 DS전선소재 사장
“중소기업은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대기업과 상호 협력하며 발전해야 합니다.”
최연배 DS전선소재 사장은 대·중소기업 상생의 중요성을 이같이 표현했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가 적극적으로 협력 방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 한 쪽이 아닌 서로가 협력을 위한 노력이 없다면 상생은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중소기업 상생문화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서로 상생의지가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동반자적인 파트너 인식을 바탕으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은 경영 역량을 향상시키고 대기업은 중소기업 기술이나 노하우를 존중하며 함께 발전해나가는 방향으로 고심해야 할 것입니다.”
LS전선과의 협력이 회사에 큰 도움이 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최 사장은 “우리 중소기업에 세계 전선업체 3위와 거래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띤다”며 “최근 LS전선이 미국 SPSX 인수를 계기로 대형 주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이어 “LS전선이 갖고 있는 세계적 브랜드 이미지로 인해 LS전선 협력업체라는 것은 다른 전선사와의 교류 및 납품 관계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LS전선이 잘될수록 우리 회사에도 도움이 되는만큼 더욱 분발하는 계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DS전선소재는 LS전선으로부터 우수협력 인증서인 ‘큐파트너’를 받은 후 해외마케팅 등에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방식으로 중소기업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자세다. 이의 일환으로 올해 4월에는 유럽 전선업계 2위 업체인 프리즈미언으로부터 협력업체 A등급을 받았다.
최 사장은 “중소기업은 대기업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킴으로써 더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며 앞으로도 상생으로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