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TV를 보면 휴대폰이 보인다.’
삼성 휴대폰이 세계 시장 점유율 20% 돌파를 눈앞에 둔 가운데, 점유율 성장 추이가 정확히 1년 전 LCD TV와 비슷해 주목된다. ‘원형(原形) 디자인’ 기반의 글로벌 히트상품 출시, 공급망관리(SCM) 시스템 강화 등 주요 전략도 일치한다. 특히 최지성 사장이 두 사업부 수장을 차례로 거치면서 수행한 혁신 효과가 똑같이 재연되고 있다. 세계 시장 1위 자리를 호령하고 있는 TV에 이어 휴대폰에서도 ‘최지성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1분기 전 세계서 463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 점유율 16.4%를 기록했다. 이후 분기별 판매 5000만대를 넘나들며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올 1분기 18.7%로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 휴대폰은 올해 세계 시장 점유율 20%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르면 2분기에 목표를 달성할 전망이다.
삼성 관계자는 “프리미엄은 물론 중저가 휴대폰의 고른 성장으로 올 2분기 20% 점유율을 돌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목표 달성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가 바로 LCD TV 성장세다. 삼성 LCD TV는 2007년 1분기 16.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1년 후 삼성 휴대폰 점유율과 ‘정확히’ 일치한다. LCD TV는 이후 6분기 동안 휴대폰 성장 추이와 비슷하게 점유율이 상승, 2008년 2분기에 사상 처음 20% 점유율을 돌파했다. 1년만에 휴대폰도 세계 시장 점유율 20%를 눈앞에 두고 있는 셈이다.
LCD TV와 휴대폰 점유율 상승은 디자인을 강화한 글로벌 히트 제품 출현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LCD TV는 직각 위주던 TV 시장에 유려한 곡선 디자인을 처음 채택한 ‘보르도’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삼성 TV를 세계 1위에 등극하게 했다. 삼성은 이후 원형 디자인을 계승하고, 풀HD 등 기능을 강화한 제품으로 꾸준히 점유율을 끌어 올렸다.
최 사장은 정보통신총괄 사장으로 부임한 2007년부터 휴대폰에서도 원형 디자인 발굴에 큰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강화한 풀터치폰과 보급형 제품들이 고루 인기를 끌며 점유율이 지속 상승했다. 풀터치폰 ‘터치위즈(F480)’는 10개월만에 500만대 판매를 돌파했으며, 엔트리 프리미엄 휴대폰 ‘E250’도 삼성 휴대폰 최초로 4000만대 판매에 육박하는 등 인기를 끌었다.
LCD TV와 휴대폰의 성장은 전 세계 유통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SCM 시스템 역할도 컸다. 최 사장이 디자인과 함께 가장 공을 들인 것이 바로 SCM이다. 유통망-본사-공장-협력업체까지 아우르는 그물망 같은 SCM 시스템을 통해 유통과 물류를 혁신,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했다. TV에 이어 휴대폰 부문도 최근 일일 단위로 SCM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ARM이 평가한 공급망관리 체계에서 8위를 기록하는 등 강점을 인정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CM을 통한 실시간 물류·생산 관리가 TV와 휴대폰 점유율 상승에 큰 기여를 했다”며 “최 사장이 주도한 원형 디자인 기반 제품 경쟁력도 TV에 이어 휴대폰에서도 확고하게 자리잡아 가고 있다”고 밝혔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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