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체를 성공적으로 쏘아올리기 위해 99.9999%의 고신뢰도를 갖는 발사대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우리 연구진은 이를 모두 충족시켰습니다.”
민경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장은 “발사대시스템을 설치하고 이어 진행된 358개의 성능시험과정을 모두 통과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렇다고 준비가 마냥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사실 말 못할 어려움도 많았다.
민 센터장은 “초기 러시아 측이 99개의 시험항목에서 일부 부품의 설계 변경을 이유로 갑작스레 358개로 늘려 당혹스러운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민 센터장은 “위기가 기회라고 하듯 오히려 연구진이 공부할 좋은 기회라고 봤다”며 “엔진에서 초당 4㎏이 넘는 어마어마한 양의 공기에 수분 및 분진 함량, 분진 크기 등을 엄격히 제한하는 초고압·초저온 청정기술을 구현하면서 국내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넘어 자긍심이 배어나온다.
“앞으로는 자체기술로도 발사대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러시아의 설계회사 ‘KBTM’이 우리 연구진의 발사대시스템 구축과정을 지켜보면서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해올 정도로 인정받았습니다.”
센터는 카자흐스탄에 있는 바이코누르 발사장에 새로운 발사대를 구축하는 데 컨소시엄을 구성해 함께 참가하자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민 센터장은 “한국의 능력을 낮게 평가해 대화도 하지 않으려고 했던 초기와는 달리 이제 우리는 당당히 발사체 선진국인 러시아로부터 동반자로까지 인정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저녁시간과 주말, 공휴일을 반납하면서 일을 했습니다. 지난 3년간 연구원들이 가정도 포기하고 일에 매달렸습니다. 이제 한 달만 지나면, 그래서 나로호가 지축을 흔들며 비상하는 날, 연구원들은 자신 있게 말할 것입니다. 그동안 말없이 옆에서 지켜봐준 가족들에게 ‘진정 고맙다’고….”
민 센터장은 지난 어려움에 눈시울을 붉히듯 말끝을 제대로 맺지 못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