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10일 정보기술(IT) 업계인들을 만나 산업 현황과 어려움을 직접 챙긴 것은 역대 행안부 장관으로서는 처음이다. 행안부의 국가정보화 추진 정책이 그동안 업계보다 행정업무와 서비스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산업발전도 함께 고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이 장관은 이날 “국가정보화 및 녹색성장 등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경기불황과 고환율, 효율화 중심의 사업으로 인한 마찰 등으로 업계의 고충이 큰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국가 성장동력이 IT임에는 변함이 없고, 현재의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돌파구 역시 IT기에 여러분이 힘을 내주셔야 한다”고 위로했다.
그동안 정보화나 IT는 투자할 만큼 했으니까 국가 정보화 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적이었으나, 이 같은 기조가 전면적으로 바뀔 것을 예고했다.
특히 이 장관은 “내년 긴축재정으로 정부 예산이 5%가량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정보화 예산은 위축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이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대·중소기업 각계 인사의 질문과 제안에 구체적으로 대답하며,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를 보였다.
김인 삼성SDS 사장이 해외진출 중점 국가를 선정해 국가 간 장기 프로젝트 협약을 맺고 추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장관은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면서 “실제로 현 해외진출은 초보적인 단계에서 이뤄지고 있기에, 정부의 역할과 노력에 관한 지적에 깊이 공감한다”고 호응했다.
그는 “투자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주고받기(give-and-take)’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면서 “간접적으로 정부가 이 같은 역할을 하고 있겠지만 더욱 전면에 나서겠다”며 전자정부 수출로 정부가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길을 터 주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이 장관은 안현태 코리아컴퓨터 사장이 u시티 과제에 지방의 구도심 개발을 포함할 것으로 제안하자 “좋은 의견이라며 당장 내년부터 도시중심의 공업단지 등을 국토부 등과 연계해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협의해나가겠다”며 즉석에서 화답했다.
최문기 ETRI 원장이 소방방재를 공공서비스로만 인식하고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고 한 지적에는 “소방방재 관련 IT 산업은 현재 사실상 독점상태여서 신기술 개발과 적용이 더디다”며 “향후 시장경쟁체계로 갈 수 있도록 정책을 펼칠 것”이라며 IT와 관련된 폭넓은 분야까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중소업체 한 사장은 “행안부 장관이 IT 업계 관계자를 만난다는 것이 다소 생소했으나, 업계의 물음에 구체적이고 진지하게 답변하는 모습이 이전 장관과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었다”며 “이날 간담회에 나온 이야기를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수장들과 공유해 함께 추진해나가겠다고 이 장관이 밝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첫 간담회는 업계의 애로사항과 제안을 청취하는 자리로 기획됐다”며 “업계의 제안을 정책에 적극 담는 한편 장관과 IT 업계 관계자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