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승리한 싸움?’
이것은 치열한 경쟁과 싸움 끝에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을 때나 쓰는 말이다. 그런데 서로 상처가 난 채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하면서도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은행 코어 뱅킹 솔루션 개작 여부에 관한 고등 법원의 판결을 놓고 티맥스와 큐로컴이 서로 승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큐로컴은 티맥스의 불법개작을 법원이 인정했다는 점에서, 티맥스는 원저작권자인 호주 FNS의 주장은 일부 인용됐으나 큐로컴의 주장은 기각됐다는 점에서 서로 승소했다고 자평했다. 심지어 큐로컴은 10일자 주요 일간지에 일제히 ‘사법부에 감사하다’는 광고까지 실었다. 지금은 사용되지 않은 버전의 판결인데도, 얼마나 힘든 싸움을 끝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들의 분쟁은 자그마치 5년이 넘었다. 더욱이 이것이 끝이 아니다. 대법원이 아직 남아 있다.
지난해 저작권 악몽을 겪었던 탓일까. 광고를 접한 업계는 걱정부터 앞선다는 반응이다. 대기업의 대표이사가 경찰서에서 수사를 받아야 하는 모습까지 목격하고 나니, 저작권 침해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실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의 사건과 다른 양상의 사건이지만, 지식재산권을 둔 기업들의 분쟁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러한 분쟁은 저작권이나 특허권과 같이 실체가 없는 지식 재산에 대한 권리를 찾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일 수 있다. 하지만 악용의 수단이 되기도 한다. 때로는 분쟁 장기화에 따른 막대한 소송비용을 우려한 기업의 어이없는 ‘기권’ 선언으로 이어지기도 하니 이 역시 무시할 만한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건의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정정당당하게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지 않고 안전하게 사업할 수 있는 장치가 아닐까.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