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CD 패널 시장에서 핵심 소재인 유리기판 수급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 연말연시 LCD 시황이 급락하면서 유리기판 업체들이 덩달아 가동률을 대폭 축소했지만, 지난 1분기 말부터 예상보다 빨리 LCD 패널 출하량이 늘어나자 유리기판 공급량이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탓이다.
그러나 세계 최대 규모의 양산 능력을 갖춘 삼성코닝정밀유리가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갖춘데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 등은 시장 선두의 지위를 누리고 있어 대만 패널 업체들이 유리기판 공급 부족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CD 패널 시장에 유리기판 공급부족 현상이 심화됐다. 지난 연말부터 LCD 패널 출하량이 급감하면서 전 세계 유리기판 업체들도 용해로 가동을 일부 중단했지만 근래 갑작스러운 시황 회복에 공급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유리기판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데, 최근 수급이 달리는 것이 사실”이라며 “비상 상황은 아니나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유리기판 업체들이 다수의 현지 용해로를 지은 대만 쪽의 수급난은 우리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국내 용해로의 대부분을 보유한 삼성코닝정밀유리가 정상가동 수준을 유지해왔으며, 주 고객인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가 빠르게 출하량을 회복하자 신속하게 공급량을 확대해왔다. 삼성코닝정밀유리 관계자는 “연말연초 LCD 패널 시장이 위축됐을 때 신규증설 투자 속도를 조절하는 수준에서 용해로를 정상 가동했다”면서 “빠듯하지만 안정적인 공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유리기판 수급난이 비록 일시적이지만 단기간 내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한다. 안현승 디스플레이서치코리아 사장은 “유리기판 시장은 워낙 소수 업체들이 독점하는데다 극히 보수적이기 때문에 신속하게 가동률을 올리지는 못할 것”이라며 “3분기까지도 수급난이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리기판 공급 부족 현상으로 대만 패널 업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안 사장은 “과거 전례를 보면 유리기판 공급이 달릴 때 시장 1, 2위 패널 업체에 우선 물량을 맞춰주는 게 관례”라며 “최근 빠르게 가동률을 높이는 대만 패널업체들은 출하량 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급 물량과 판가를 놓고 팽팽했던 LCD 패널 업체들과 유리기판 업체들의 기싸움도 역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유리기판 시장은 코닝(삼성코닝정밀유리)과 일본계 아사히글라스·NEG·아반스트레이트 등 4개사가 독과점하고 있는 분야로 패널 업체보다 협상력에서 우위에 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올 초 패널 시장이 급격히 악화되자 유리기판 업체도 10% 이상 전례 없는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향후 추가적인 인하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유리기판 공급 부족은 비록 일시적지만 패널 업체들 입장에서 좋을 수 없는 현상”이라며 “당분간 둘 사이의 기싸움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