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NEWS INSIDE] 존 플라납 P&G 이사 인터뷰](https://img.etnews.com/photonews/0906/200906110025_11095542_1026253661_l.jpg)
존 플라납 P&G 제품 및 재료 총괄시스템 담당 이사
“프록터앤갬블(P&G)은 그동안 다양한 규제와 복잡한 업무 프로세스, 엄청난 양의 종이 문서에 갇혀 있었습니다.”
최근 방한한 존 플라납 P&G 제품 및 재료 총괄시스템 담당 이사는 자사가 전사적으로 제품생명주기관리(PLM)를 도입하기 전까지의 프로세스를 이같이 표현했다. 여기에서 말하는 프로세스는 원자재 구입에서부터 제품을 만들어 포장, 판매하기까지 전체 업무 환경을 일컫는다.
P&G는 2000년부터 제품데이터관리(PDM) 작업을 추진해 2008년도 PLM으로 진화시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제품의 생산 프로세스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는 아직도 ‘진행형’이며, 45개의 포인트 솔루션을 통합해 통합 데이터 플랫폼(백본)을 구축하고 있다. 존 플라납 이사는 이러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해온 장본인이다.
P&G의 경우 신제품 개발을 사내 연구개발(R&D)에만 의존하던 관행에서 탈피, 외부의 전문 인력과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커넥트앤디벨로프(Conncet & Develop)’ 전략을 펼쳐왔던 곳으로 유명하다. 이번 PLM 프로젝트도 자체 개발한 프로덕트 디자인 시스템을 운용할 수도 있었지만 외부 솔루션을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PLM 패키지 솔루션을 적용한 것이라고 존 플라납 이사는 밝혔다.
P&G가 PLM을 도입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에는 방대한 규모의 제품 생산과 판매가 전 세계적으로 산발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P&G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팬틴, 비달사순, 위스퍼, 페브리즈, 프링글스, 질레트, 아이보리, 오랄비 등의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글로벌로는 300여개 이상의 유명 브랜드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생산시설만도 200여 군데가 넘고 주요 제조업체도 1300여개에 이른다.
플라납 이사는 “제품의 기술 스펙이나 자재 구매 등과 관련된 모든 작업이 수작업으로 처리되면서 서류 기반의 문서들로만 이뤄졌다”며 “그렇다 보니 제품 스펙은 지역마다 달랐고 자재 구매도 상당히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면서 낭비 비용들이 발생하는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P&G는 기술스펙관리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운용해 왔지만 일부분의 문제만 해결하는 데 그치고 근본적인 문제들은 해결할 수는 없었다. 이에 1990년대부터 전사 데이터통합망을 구축하고 PDM, PLM 등을 통해 글로벌 통합 플랫폼을 만들어왔다.
현재 다쏘시스템의 에노비아 매트릭스원 협업 솔루션이 PLM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에노비아 솔루션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해 지금은 사용자가 1만5000명에 이른다. 이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예전의 제품을 효율적으로 재생산하는데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줬다. 즉, 데이터의 재사용을 통해 제품 스펙 생성 작업 기간을 단축시켜 제품 출시 시간을 앞당기게 했다. 실제 제품 설계를 위한 사전 데이터만 200만건 이상이 저장돼 있다.
또 CAD시스템과 연동해 3차원(3D) 그래픽 작업을 할 수 있게 지원하고, 모든 구매 제품을 스펜드 풀(spend pool)로 모아 불필요한 원자재 비용을 절감케 했다. 실제 지난해 기준 자재 구매 비용을 2만5000달러 가량 절감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플라납 이사는 “문서 중심적이었던 예전과 달리 이제는 다양한 문서를 모든 사람들이 원터치로 볼 수 있도록 구조화된 통합 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또 수천개의 제품 스펙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구 버전의 스펙으로 제품을 만들어 피해를 보던 일이 사라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원자재를 카테고리화해서 스펜드 풀을 만든 것이 비용 절감 효과에 크게 기여했다”며 “여기저기서 원자재를 서로 다른 가격에 사기도 했는데, 모든 프로세스를 자동화함으로써 품질과 생산성 측면에서 높은 성과를 일궜다”고 덧붙였다.
현재 P&G가 구축한 PLM 데이터 플랫폼은 패키지 디자인과 프로덕트 디자인 부분만 통합된 상황이다. 엔지니어링 디자인과 지식 관리 등의 다른 영역의 시스템들과도 통합이 동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작업이 모두 완료되기까지는 최소 3년 이상이 더 걸릴 것으로 플라납 이사는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의 효과들로 만족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입장이다.
존 플라납 이사는 “아직은 3D 등 활용분야가 넓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설계, 포트폴리오 관리 등을 적용해 통합 플랫폼화하면 훨씬 더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 절감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