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 아메리카’, 보호무역 확산 우려 높다

지난 2월 미국의 경기부양법에 포함된 ‘바이 아메리카(Buy American)’ 조항이 전 세계적인 보호무역 확산으로 우리 기업에 간접적인 피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1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는 ‘바이 아메리카 규정 및 세부 시행방안의 의미와 영향’ 보고서를 통해 경기부양법과 연방 및 지방조달시 적용되는 하부 규범을 검토한 결과, 바이 아메리카 의무가 우리 기업의 조달 참여를 직접적으로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WTO 정부조달협정(GPA) 가입국이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정부조달협정 가입국이 아닌 중국 등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은 바이 아메리카 규정의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다른 국가에서도 유사한 보호무역 조치를 도입할 경우 결국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경기부양법 제정 이후 연방정부 조달에 적용되는 시행규칙과 동 법에 따라 마련된 재원을 사용하는 지방 정부의 조달에 적용되는 지침이 잇따라 발표됐다. 이를 통해 미국 내 최종 조립만 되면 미국산 철강으로 인정하는 등 원산지기준 완화, 외국산 원자재 조달 조건 완화, 바이 아메리카 미적용 시관보 게재와 같은 행정 투명성 제고, 조달 주체별 적용되는 국제협정 및 바이 아메리카 예외 국가 명시 등에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지방정부에 적용되는 지침은 구속력이 약하고 복잡한 행정 절차와 사후 요건 위반시 처벌을 우려해 사업자가 위험관리 차원에서 자국산을 선호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주 정부가 바이 아메리카 예외가 되는 외국산을 차별하고 미국산을 사용하더라도 즉각적인 시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도 부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꼽았다.

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에서 미국의 해당 프로젝트에 직접 조달하는 것에는 원칙적으로 제한이 없지만, 정부조달협정에 가입하지 않은 중국 등 제3국에서의 조달 참여는 원천 봉쇄됨에 따라 해당 국가에 투자한 한국 기업은 입찰 자격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중국, 프랑스 등에서 국내산 조달을 강제하는 유사한 조치를 도입함에 따라, 이러한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수출 확대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이미 캐나다 일부 지자체가 ‘바이 노 아메리카(Buy No American)’ 조례를 제정해 미국 기업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 지방정부 관리조차도 복잡한 절차로 조달사업 시행이 지연되고 있어, 바이 아메리카는 미국 안팎 모두에 부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전세계적 경기침체로 민간 수요가 축소되고 있는 가운데, 각국 정부의 재정 지출은 확대되고 있어 조달시장은 수출 확대의 기회인 만큼, 충분한 준비를 통해 조달시장 참여를 확대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