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취재수첩- IT조직의 정치화

[CIOBIZ+]취재수첩- IT조직의 정치화

 “IT사람들은 참 순진한 것 같아요. 단순할 정도로요.”

가끔 기업 내 IT부서나 IT업체 사람들을 만나면 IT사람들은 참 순진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자신들이 이뤄낸 성과를 잘 알리지 못해 대우도 잘 못받고 있다면서 안스러워한다. 정말 IT사람들이 마냥 순진할까? 물론, 사람에 따라서 순진한 사람은 많다. 그러나 가끔은 다른 조직의 사람보다 그다지 순진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IT조직 내부를 들여다 보면 놀라울 정도로 ‘정치적이다’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때로는 그 정치적이라는 상황이 무서울 정도로 여겨질 때도 있다.

일부 기업에서는 어느 정도 직급이 올라가게 되면, IT조직 내부에서 누구 뒤에 서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여느 기업, 여느 조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를 음해하고, 누군가와 결탁해서 또 다른 누군가를 기업 밖으로 밀어내려 하는 등의 ‘정치판’에서나 볼 수 있는 상황들이 발생되는 것이 큰 문제다.

이로 인해 기업 내부의 IT역량 강화는 오히려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 아니 대부분의 의사결정에 있어 이러한 정치적 의견이 반영돼 IT역량이 약화되곤 한다. 이런 상황에서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IT역량을 갖춘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IT조직이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많게된 배경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무엇보다도 IT조직은 업무 특수성 때문에 폐쇄돼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IT조직에서 어느 정도의 직급에 이르게 되면 다른 조직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개인적으로도 원하지 않고, 조직적으로도 현업의 업무를 잘 모르는 IT인력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과·차장급 이상이 되면 IT조직 내부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부서장으로 승진하고, 향후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임원으로까지 올라가기 위해서는 결국, 연줄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다.

또 하나의 이유는 다른 임원들이나 CEO가 IT조직이나 IT업무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적어도 IT내부의 의사결정은 CIO나 부서장에게 전권이 부여돼 있다. 그런 CIO나 부서장에게 반기를 든 다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투명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IT만의 특수성이 IT사람들을 결코 순진할 수 없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다.

어느 한 기업 내 고참급 IT부서원은 “분명히 저 방향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다”면서 “IT조직이 보다 투명해지고, 눈치 안보고 자신의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IT전문가 제도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젠 IT사람들에게도 역량만으로 부서장이 되고, 임원이 될 수 있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게 해줘야 한다.

신혜권기자 hk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