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지 않은 손님 ‘유가 급등’

 하반기가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경기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지만 유가 급등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유가가 70달러선을 넘어서자 정부와 기업은 지난해 경제를 악화시켰던 고유가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1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에 이어 국내 주도입 유종의 기준이 되는 중동산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배럴당 70달러선을 돌파했다. 10일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은 전날보다 배럴당 1.71달러 뛴 70.95달러선에 가격이 형성됐다. 두바이유 현물가격이 배럴당 70달러를 넘었던 것은 지난해 10월 14일(73.75달러)이 마지막이었다.

 뉴욕과 런던의 원유 선물은 10일(현지시각) 거래에서도 강세를 이어갔다. 뉴욕 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WTI 7월 인도분 선물은 배럴당 1.32달러 상승하며 71.3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 브렌트유 7월 인도분 선물 역시 1.18달러 오른 배럴당 70.80달러에 마감됐다.

 이같은 폭등은 달러 약세와 올해 세계 석유 소비 증가 전망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최근 올해 세계 석유 수요 예상치를 하루 1만배럴 상향 조정했다. EIA는 5월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 석유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올 석유 소비 전망치 상향 조정은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EIA는 올해 평균 원유가격이 58달러70센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 달 전 예상치인 52달러 보다 6달러70센트 올려 잡은 것이다. 내년 평균치 역시 당초의 58달러에서 67달러42센트로 상향조정했다.

세계경제에 대한 조기 회복 기대와 과도한 경기 낙관론으로 국제유가가 극단적 변동세를 보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어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있지만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유가와 원자재가 먼저 상승하는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태 한은총재도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원유 가격은 작년만큼 대폭 오를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원유 가격이 앞으로 더 상승하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전제를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유가 상승세는 경기 반등 신호로도 해석되지만 과도한 상승은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키우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음을 지적하고 급등세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