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 남북경협, 나눔과 화해로 새로운 길 열어야

[통일포럼] 남북경협, 나눔과 화해로 새로운 길 열어야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말로 할 수도 있고 가슴으로 안아줄 수도 있고 요즈음에는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관계로 사랑을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로 돈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수백년간 우리 어르신들은 희생·위엄과 무언으로 사랑을 전달했다. 단 한 번도 사랑한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던 우리 선친도 내게는 물론이고 많은 이에게 참사랑을 베풀며 사셨다는 것을 나는 매우 잘 알고 있다.

 해명이나 변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 며칠 전 내게 정부에서 해명서 비슷한 것이 e메일로 왔다. ‘남 유연 북 강경, 충격과 실망 그리고 문제점’ ‘북측은 억지 우리는 정당’. 잘하고 있고 앞으로 잘하면 되는데 왜 국민에게 해명이 필요한지 의문이 간다. 5만톤의 옥수수를 북에서 받는다고 하면 주겠다고 했고, 언제 어디서든 만나서 이야기를 하자고 했고, 이야기가 잘되면 북한이 3000달러의 국민소득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터무니없는 행동과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개성공단을 발전시켜나가고 남북 간 상생공영의 길을 열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세상에 그렇게 일방적으로 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오른손이 하는 것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다. 지난 10여년 어떻게 보면 지난 정부는 국민이 납득하기도 어려운 만큼의 대가를 제공하며 남북관계를 조금씩 증진시켰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정권 말기에 지나친 욕심으로 부랴부랴 남북 간 지키기 쉽지 않은 약속을 했고, 그 결과는 참담하다. 남북의 관계는 다시 민족 간 대결과 경쟁 미움과 증오로 바뀌어가고 있고 최악의 결과가 될 수 있는 전쟁이라는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 이명박정부는 터무니없는 약속을 한 참여정부의 남북 간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수준의 약정이라고 규정하고, 순서가 필요하고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말이나 협상보다 중요한 것은 작은 실천이다. 주려는 결정을 한 사람이라면 주는 것을 조건 없이 누구를 거쳐서든 주면 되는 것이다. 비난은 비난을 낳고 증오는 증오를 그리고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는 것을 우리는 역사와 경험으로 알고 있다. 버릇을 고치기 위해 시작한 말로 상이 엎어지는 일이 발생할 위기에 직면하고 말았다. 남북의 관계는 99%의 승산이 있다고 하더라도 민족의 미래를 놓고 도박을 할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6·25 민족전쟁에서 경험했듯 민족 간 투쟁이나 대결은 어느 편이 지고 이기고에 관계없이 양측 모두에 손실이고 큰 상처기 때문이다.

 나눔과 화해로 비난과 비방이 사라지면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이다. 나눔에 인색하면 다툼은 일어나게 된다. 이미 우려했던 남북경협의 문제점은 현실로 나타나 이제 남북경협은 전면 좌초위기로 치닫고 있다. 개성공단 금강산 사업은 남북의 맥을 이어주는 것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남북협력사업이 남측의 수익 중심으로 임가공인 개성공단을 보더라도 북측으로서는 투자와 노동력에 비해 소득가치가 낮기 때문에 북한의 저렴한 인건비가 앞으로 어디까지 상승할지 알 수 없다. 같이 일하고 소득을 나눌 수 있는 먹거리 생산과 고부가 공동 사업을 만들어 나가야만 남북의 길은 열리고 정부 주도보다는 민간 중심의 자율적인 남북협력 사업추진 기반이 만들어져야만 남북경협은 성공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정부 주도의 남북경협은 남북 당국의 이견이나 충돌과 협상의 한계로 실패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북에 투자를 했던 중소기업은 다시는 일어설 수 없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조금만 더 지속된다면 남북경협 기업은 모두 파멸할 것이며 기업뿐만 아니라 국민의 관심과 신뢰를 잃은 정부는 앞으로 통일을 준비하는 모든 일을 지금보다 수십, 수백배의 비용을 들여 단독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의 남북경협 정책 수립에서 극도의 위험요인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북한의 시스템 이해와 통일을 준비하는 비용으로 남북경협 참여 기업의 안정적이며 지속적인 지원이 선행되지 않고는 북측과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우리 정부는 남북의 충돌로 지금 이 순간 파산 직전의 남북경협 관련 기업인과 가족은 물론이고 북녘 땅의 고통 속에 신음하며 굶주리는 아이들과 선량한 이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어느 날 우리에게 다가올 통일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인류 역사에 치욕스러운 우리 민족의 역사가 다시 기록돼서는 안 된다.

임완근 남북경제협력진흥원장/ikea21@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