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T株 `대차잔고 주의보`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대차잔고 상위종목과 시총비중

 전기전자업종 대차잔고가 급증했다. 6월 공매도 허용으로 나타난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대차잔고 증가는 증시 조정기에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근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는 전기전자 업종주가 대차잔고 부담으로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1일 전자신문이 유진투자증권 협조로 공매도 허용 이후 10일간 대차잔고 추이를 파악한 결과 대차잔고가 가장 큰 업종은 ‘전기전자’로 나타났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삼성SDI 등 대형 전기전자 종목들이 대거 대차잔고 상위에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 대형 IT주의 대차잔고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종목은 적게는 2%대에서 많게는 8%대에 육박한다. 이는 유동주식수를 감안할 경우 수급측면에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전기전자업종에서 대차잔고가 증가한 이유는 실적 개선에 비해 그동안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분석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IT분야 경기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지만 시장 회복 속도는 아직까지 미진해 펀더멘털이 불안정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최순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매도한 걸 프로그램이 매수하면서 아직까지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예전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급락했던 사례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며 “당분간 해당 업종에 대한 매도 공세가 감소하길 기다리면서 분할 매수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공매도 허용에 대한 부담감과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엇갈리며 주가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증시 전문가들은 전기전자업종이 2분기에 이어 3분기 영업이익도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매도가 IT업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개별 종목에 미치는 영향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한범호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공매도를 허용한다고 발표한 후 대차잔고 주식 수가 급증한 종목과 최근일 기준으로 시가총액 대비 대차잔고 비중이 높은 종목들은 추가 상승 동력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차익실현 욕구가 커지면서 주가 하락폭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용어설명:공매도-미리 주식을 판 후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서 차익을 내는 매매방식. 국내에서는 지난 1일부터 비금융주에 대한 차입 공매도만 허용됐다.

 대차잔고-주식을 빌려 매도(공매도)한 후 재매수하지 않은 수량.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