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발 테마주가 속출했다. 한 달여간 ‘자전거’ ‘우주항공’ ‘수소에너지’ ‘4대 강’ ‘출산 장려’ 등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삼천리자전거는 대표적인 MB발 테마종목이다. 지난 4월 20일 자전거를 주요 교통수단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의 라디오 연설이 계기가 됐다. 8490원이었던 주가는 보름 만에 세 배나 폭등했다. 이후 열기가 식으면서 주가는 뚝 떨어졌다.
MB테마주에 증권가에는 희색이 돈다. 주가 폭락과 함께 객장을 떠난 개미 투자자들이 하나 둘 돌아온다. 이들은 ‘빵빵’ 터진다는 테마주를 쫓아 연신 주식을 사고판다. 증권사는 수수료 수입을 고스란히 챙긴다. 개미들을 자극할 리포트에 목말라 있던 증권사는 신이 났다. 연일 고가의 ‘매수’ 주문을 날린다.
이쯤 되면 증권가의 모든 촉수가 이명박 대통령의 ‘입’을 향할 수밖에 없다. 작은 돌발 발언도 쉬이 지나칠 수 없다. 한 투자자는 우스갯소리로 “대통령이 국정연설하기만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특정 산업을 키우겠다는 언급이 있으면 바로 주식을 사서 ‘한몫’을 챙기겠다는 의도다. 보름 만에 세 배가량 날아오른 제2의 삼천리자전거가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대통령 말에 주가가 출렁이는 것을 알고 있지만 결국 승자는 금융권을 비롯한 민간으로부터 철저히 검증받고 투자를 유치한 기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금융권은 거품과 실체를 가릴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수많은 개인투자자는 그렇지 않다. 자산 디플레이션에 시달리는 수많은 개인투자자는 물불 가리지 않고 주식시장에 뛰어든다. 건전해야 할 주식시장에 건전하지 않은 투자자가 넘친다.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은 “주식 투자는 자신이 다닐 회사를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주문이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주가가 크게 오르는 테마주의 후폭풍을 언제나 예의 주시해야 한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