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반도체·LCD 등 ‘전자부품’ 업종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불법 하도급 거래 조사에 착수했다. 매년 업종별로 벌이는 정기 실태조사지만, 올해 들어 경기 침체 상황에서 삼성·LG 등 대기업이 협력사에 강도 높은 구매 단가 인하를 요구해왔기 때문에 조사 결과에 따라 파장도 일부 있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관계 당국 및 업계에 따르며 공정위는 최근 전자부품 업종을 올해 불법 하도급 거래 정기 실태조사 대상으로 삼고 다음 달까지 한 달간의 일정으로 현장 조사에 들어갔다.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삼성SDI 등 대규모 소자 기업과 협력사를 조사한다.
공정위는 우선 2·3차 협력사들을 상대로 현장 조사를 벌인 뒤 1차 협력사 및 대기업으로 조사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하도급법은 대기업과 협력사들의 거래 시 하도급 계약서를 쓰도록 하고 부당한 대금 지급 및 발주 취소 등의 위반 사례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도급 거래와 관련해 협력사의 민원이 제기됐거나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돼 조사를 벌이는 것은 아니다”면서 “정기 조사기는 해도 부당한 사례가 적발되면 본격적인 점검에 나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연례적인 정기 조사지만 공정위가 불법 하도급 현장 조사에 나서면서 삼성·LG의 전자부품 업체들은 여파가 있을지 다소 긴장하는 눈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삼성전자)는 이번 조사에서 예외인 것으로 안다”면서 “지난해에도 협력사들과 하도급 공정 거래 협약을 체결하는 등 꾸준히 노력해왔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 3차 협력사들 가운데 최근 공정위 조사에 대비하기 위해 하도급 거래 계약서를 갱신한 곳도 일부 나타났다. 모 협력사 관계자는 “이번 공정위 조사에 맞춰 개정 하도급법이 정하는 방식으로 최근 계약서를 새로 작성했다”면서 “비록 올해 들어 납품가 인하 폭이 크고 협력사들의 어려움이 가중된다고 하더라도 정기 조사의 관례상 요식 행위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