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휴대폰 뒤엔 `국산 부품` 있었다

명품 휴대폰 뒤엔 `국산 부품` 있었다

휴대폰의 발전 속도는 눈부시다. 주머니 속에 쏙 들어갈 만큼 소형화된 것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새 휴대폰 하나로 음악 및 영화는 물론 인터넷까지 자유자재로 이용하는 수준까지 왔다. 이 모든 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휴대폰 내에서 쉴 틈 없이 구동하는 첨단 부품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휴대폰 속 핵심부품들은 누가 만들었을까.

◇‘프라다폰2의 멀티터치 패널’=프라다폰2는 요즘 단연 화제다. 18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도 그렇지만 휴대폰으론 드물게 파손 보험도 제공된다. 프라다폰2는 그러나 국내 휴대폰 산업에 기술적으로도 한 획을 긋는 제품이다. 멀티터치 기능을 지원하는 국내 최초의 휴대폰이다.

두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조작할 수 있게 하는 멀티터치 기술은 애플의 전매 특허처럼 여겨져 왔다. 아이폰에 멀티터치를 적용하면서 애플은 호평을 받았고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이런 멀티터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터치를 인식하는 터치패널이 핵심인 데, 프라다폰2에 적용된 터치패널은 국내 휴대폰 부품 업체인 이엘케이에서 만들었다.

이엘케이는 컨트롤러와 멀티터치 패널을 모듈 형태로 만들어 LG전자에 프라다폰2용으로 공급했다. 이 멀티터치 패널은 정전용량 방식이다. 인체에서 나오는 정전기와 미세한 전류가 흐르는 막을 이용한다. 겉보기엔 같은 터치패널이라 해도 패턴 설계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이지만, LG전자는 국산 최초의 멀티터치 휴대폰에 이엘케이의 제품을 선택했다.

◇‘1200만 화소 셔터’=삼성전자는 얼마 전 상용화된 1200만 화소폰을 세계 최초로 내놓겠다고 해 깜짝 놀라게 했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카메라와 맞먹는 사진 촬영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자신감의 근거는 어디서 나왔을까. 1000만 화소가 넘는 이미지 센서를 장착한 탓도 있지만 핵심은 바로 기계식 셔터에 있다.

기존 휴대폰 카메라들은 센서에서 셔터 역할을 대신했다. 화질에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기계식 셔터는 휴대폰용 카메라로 디카의 화질과 움직이는 피사체를 마음대로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부품은 우리나라 성우전자가 처음 상용화했다. 셔터는 일본 코팔이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코팔은 프린터 산업 내 HP 같은 존재다. 강력한 특허권으로 세계 디지털 카메라용 셔터 시장을 독점했다. 하지만 모바일 쪽에선 빈틈을 보였다. 성우전자는 코팔에 한 발 앞서 모바일용 카메라 셔터 사업에 뛰어들어 자체 특허를 손에 쥘 수 있었고, 1200만 화소 셔터 상용화란 개가를 올릴 수 있었다.

◇‘휴대폰 부품, 최고를 향해’=휴대폰 한 대엔 평균 400∼500개의 부품들이 쓰인다. 이 중 모뎀칩(베이스밴드칩)을 제외한 △디스플레이 모듈 △카메라 모듈 △배터리 모듈 △메모리 △PCB △기구 등은 모두 국산화율이 70∼100%에 이른다. 그 만큼 휴대폰에 있어서는 국내 기업들의 부품 경쟁력이 많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세계 최초의 투명 키패드도, 카메라 모듈에서 초점을 자동으로 맞춰주는 칩 역시 국내 기업들의 부단한 노력 끝에 탄생한 상품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화소 이미지센서 같은 특수 부품은 아직 외산 의존도가 높지만 휴대폰 중심의 연구개발로 그동안 괄목할 만한 발전이 있었다”면서 “그 결과가 휴대폰 업계의 전략 상품에 국내 부품 채택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