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휩쓴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고환율 효과로 수출 경쟁력을 회복한 LG, 삼성, 현대기아차그룹의 시가총액이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그룹은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금융위기로 주춤한 사이 휴대폰·반도체·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확고한 기반을 구축함에 따라 주가도 동반 상승했다.
15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리먼브러더스’사태를 촉발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작년 8월말 대비 지난 12일까지 10대그룹 상장사들의 시가총액 등락률을 분석한 결과 LG그룹이 이 기간 평균 18.81% 늘어나 10대 그룹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 증시가 올해 들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에 힘입어 반등하는 과정에서 LG그룹 주가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스피지수가 12일 현재 1428.59로 8월말의 1474.24보다 3.97% 정도 밑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놀랄 만한 기록이다. LG그룹에 이어 삼성(12.21%)과 현대기아차(9.68%)의 시가총액 상승률도 두드러졌다. SK(4.14%)와 GS(0.8%)도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LG, 삼성,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구조조정에 따른 효과를 독톡히 거뒀다. 고환율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경쟁업체를 제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한 것이다.
LG그룹은 고사양 휴대폰을 출시하면서 세계 시장점유율 3위로 오른 LG전자(20.69%)가, 삼성그룹은 반도체 ‘치킨게임’에서 승자로 부상한 삼성전자(13.18%)가, 현대차그룹은 미국과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 이나 매출이 증가하는 현대차(1.02%)가 각각 시총 상승을 견인했다.
LG와 삼성그룹의 경우 정부 정책 수혜 LED(발광다이오드)주인 LG이노텍(129.70%)과 삼성전기(74.54%)가 큰 폭으로 올라 눈길을 끌었다.
반면 한진(-17.13%)과 현대중공업(-13.31%), 금호아시아나그룹(-12.08%)은 고환율과 글로벌 경기침체 직격탄을 맞은 운수창고업과 조선업 부문의 고전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29.36%)과 대한항공(-6.19%)이,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13.15%)과 현대미포조선(-14.24%)이, 금호아시아나는 대한통운(-38.62%)과 아시아나항공(-12.73%)이 각각 시총 하락을 부추겼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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