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 가전 제품에 ‘셀(Cell)’ 생산 방식이 처음으로 시도된다.
LG전자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에어컨 생산라인에 셀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셀 방식은 컨베이어라인 없이 처음 공정에서 마지막 공정까지를 작업자 혹은 팀에서 모두 책임지는 생산 방식을 말한다. 캐논에서 처음 시작한 셀 시스템은 그동안 작업 공정이 짧은 노트북·TV·프린터 등 IT분야에서 주로 도입했다. 작업 공정이 상대적으로 긴 백색 가전에는 셀 방식이 힘들다는 게 정설이었다.
LG전자 측은 “올해부터 에어컨 생산라인에 셀 방식을 적용키로 하고 파일럿(시험) 라인을 가동 중”이라며 “올 하반기부터는 실제 에어컨 본 라인에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미 창원 에어컨 공장 ‘A2’에 컨베이어 라인과 별도로 셀 라인을 구축하고 시험 운영하고 있다. 1개 라인을 구축했으며 에어컨 본체에 앞서 실외기 컨버터를 셀 방식으로 생산 중이다.
LG전자 측은 “에어컨 완제품을 생산하기까지 작업 공정이 최대 60단계에 달해 셀 방식을 도입하기는 힘들다는 게 산업계의 상식이었다”며 “그러나 실외기를 생산해 본 결과, 생산성이 기존 혼류(컨베이어) 생산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에어컨 완제품까지 확대했다”고 말했다. 또 셀과 혼류 생산을 혼합하면 그만큼 생산에 유연성이 갖춰지고 특히 소품종 대량 생산이 가능해 지금보다 생산 리드 타임은 물론 재고 감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는 셀 생산라인을 에어컨 공장에 앞서 이미 구미 TV공장 등에 일부 도입했다. TV 라인에 도입 후 ‘선주문 후생산’ 시스템이 가능해 재고를 크게 줄이고 소량도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 자신이 조립한 완제품에 생산자 표식을 하도록 해 책임감과 자부심도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LG전자는 에어컨에 셀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다기능 숙련자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지난해부터 직능 교육을 강화해 다기능 숙련공을 다수 확보했다. 시행 착오를 줄이기 위해 공정이 비교적 짧은 실외기·실내기 등 에어컨 주변 제품부터 적용했다. LG전자는 앞으로 컨베이어를 혼합한 혼류 생산과 셀 생산 두 가지를 공존하는 형태로 생산 방식을 바꿔 나갈 계획이다. 또 셀 생산라인이 안정화되는 데로 이를 창원에서 비교적 수작업 생산이 능한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권으로 확대 시행키로 했다.
LG전자 창원공장은 연산 400만대 에어컨을 생산해 내수와 해외 일부 지역에 공급하고 있다. LG전자는 창원공장뿐 아니라 전 세계 9개 지역에서 연간 1600만대 에어컨을 생산하는 글로벌 1위 에어컨 업체다. 2000년 410만대로 세계 1위에 오른 이후 지난해 11월 에어컨 업계에서 처음으로 누적 판매 1억대를 돌파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