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전 세계 전력과 정보전자산업의 근간을 뒤바꿀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시대의 문을 함께 연다.
미국의 앞선 프로토콜 기술과 한국의 응용·사업화 능력을 결합하고, 양국이 스마트그리드 관련 세계 표준을 선도한다면 오는 2030년 최소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LS산전·한국전력·KT·SK텔레콤·일진전기 등 30여개 기업을 주축으로 한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KSGA)는 15일(현지시각) 워싱턴 캐피털 힐턴호텔에서 구글·IBM·제너럴일렉트릭(GE), 전력회사 등이 참여한 미국 그리드와이즈얼라이언스(GWA)와 ‘제1차 한미 스마트그리드 투자포럼’을 열고 기술개발 및 투자에서 포괄적 협력을 선언했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 기간 중 민간사업자협회 간 양해각서(MOU)까지 교환함으로써 지금까지 스마트그리드의 개념 정립 후 최대의 국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으로 평가된다.
민간 측 협약에 이어 16일(현지시각)에는 지식경제부와 미국 에너지부(DOE)가 에너지분야 협력 의향서(SOI)도 정식 교환할 예정이어서 양국 스마트그리드 협력에는 더욱 속도가 붙게 됐다.
한미 스마트그리드 공조에서는 최근 한국 정부가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로 구축 추진 중인 제주도 프로젝트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은 오는 2013년까지 810억원을 투입해 제주도에 주택·상업시설·신재생발전원 등을 혼합한 3000가구 규모의 실거주 스마트그리드 단지를 조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미국 사업자와 정부 측은 제주도가 한국 본토의 주력 전력계통과 독립됐으며, 한국 정부가 의욕적으로 유연송전시스템·전기차 충전인프라 등을 종합적으로 구축하기로 해 사업 성공여부에 초미의 관심을 쏟고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요청해 온다면 제주실증단지에도 미국이 앞서 있는 스마트미터 등의 제품과 기술을 도입해 적용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실증 단계 및 내년부터 본격화할 실제 적용까지 합치면 세계 어느 국가보다 앞선 한국의 스마트그리드 기술 및 제품은 향후 세계시장 진출에도 큰 힘을 발휘할 전망이다. 월드에너지아웃룩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그리드 시장은 오는 2030년 무려 40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진현 지식경제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인터넷이 처음 등장했을 때 거기서 파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상상하지 못했듯, 스마트그리드로 창출될 파생 비즈니스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며 “한국과 미국이 기술과 표준, 상용화에서 앞서간다면 엄청난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