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이 LCD 광학필름 사업을 분할해 대만의 전자재료·화학 업체인 ‘이터널’사와 현지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CD 광학필름 시장 경쟁이 갈수록 격화한 가운데, 사업 체질을 개선해 자생력을 확보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국내 LCD 광학필름 시장의 판도 변화도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대표 배영호·한준수)은 최근 LCD 광학필름 사업을 물적 분할한 뒤 이터널사와 대만 현지에서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양사가 각각 50 대 50의 지분 비율로 오는 10월께 현지 합작사를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최근 합작사 설립의 기본 원칙에 합의했으며, 현재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코오롱 관계자는 “이터널과 광학필름 합작사 설립을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나 최종 의사결정까지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 “필름 사업 전반의 미래 경쟁력 차원에서 무엇이 바람직할지 여전히 내부적으로도 반론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코오롱이 이터널과 대만 현지 합작사 설립을 성사시키게 되면 비록 사업 정리는 아니지만 지난 수년간 LCD 광학필름 시장에 진출했던 우리나라 소재 대기업이 국내 사업 기반을 철수하기는 처음이다.
◆뉴스의 눈
코오롱이 대만 이터널과 LCD 광학필름 합작사 설립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국내 LCD 시장의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내부 울타리를 벗어나 독자 생존 역량을 갖추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전 세계 LCD 광학필름 시장이 연간 15억달러 규모로 성장해오면서 그동안 전문업체들은 물론이고 코오롱·SKC·두산·삼성(제일모직·정밀화학)·LG(화학·전자) 등 국내 소재 대기업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뛰어들었던 게 사실이다.
신화인터텍·미래나노텍 등 전문업체들이 광학필름 시장의 선두 주자로 부상하는 사이 삼성전자·LG디스플레이의 내부 구매 물량을 확보하지 못한 나머지 대기업들은 여전히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SKC가 지난 2007년 LCD 광학필름 사업을 물적 분할한 뒤 미국 ‘롬앤드하스’와 ‘SKC롬앤드하스’라는 합작사로 떼낸 것으로 이런 배경이다. 코오롱은 지난 1분기 확산필름·프리즘필름·확산판 등 LCD 광학필름에서 183억원의 매출을 거두는 데 그쳤다. 갈수록 수익성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터널과 LCD 광학필름 합작사를 탄생시키게 되면 비록 국내 시장은 아니지만 SKC롬앤드하스의 전례를 그대로 밟게 되는 셈이다.
코오롱이 이터널과 합작사 설립을 성사시키더라도 광학필름 사업의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터널은 전체 외형은 10억달러 수준이지만 LCD 광학필름 시장에선 ‘마이너’인 대만 업체다. 대만 2위의 LCD 패널 업체인 CMO에 확산필름·반사필름을 양산 공급하는 정도다. 다만 코오롱으로선 사업 구조 개선과 동시에 현재 주력인 베이스 필름을 합작사에 공급함으로써 일부 물량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LCD 광학필름 사업에 진출한 대기업들로선 새로운 타개책을 찾아야 할 상황이고 코오롱도 예외는 아닐 것”이라며 “광학필름 시장 판도 변화도 가시화하는 신호탄”이라고 해석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