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회에서 ‘카페’는 ‘찻집’보다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대명사로 인식된다.
1999년 5월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 첫선을 보인 카페가 올해로 10돌을 맞았다. 전국 커피숍과 음식점의 15배가 되는 770만개의 인터넷 ‘카페’는 때로는 취미를 공유하는 사랑방으로 때로는 여론을 촉발하는 공론장으로 다양한 사회적 기능을 대신하며 성장하고 있다.
신종섭 다음 커뮤니티·동영상 본부장은 ‘세상과 닮은’ 카페의 또 다른 10년을 그리고 있다. 대학에서 인류학을 전공한 그는 “사람들의 소통하는 방식이나 생활하는 방식을 바꿔가는 움직임이 있어서 커뮤니티 서비스가 좋다”고 말했다.
2004년 다음으로 이직해 카페·커뮤니티 쪽에서만 일한 지 6년째. 신종섭 본부장은 카페에서 촉발된 소수 의견이 탄핵을 막는 사회 여론으로 확산됐고, 방송에 나온 꼭짓점 댄스가 카페에서 전 국민 댄스가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는 “위키피디아나 아고라와 같이 이야기가 형성되고 여론화되는 서비스의 근원은 카페라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아고라·UCC와 같이 지금 인기를 끄는 서비스는 카페에서 출발했다는 설명이다.
최근 포털 산업의 정체성을 우려하는 질문에도 “카페가 잘되면 다 해결된다”고 대답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신 본부장은 카페를 “세상과 같다”고 정의했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문화나 기능들이 바뀌는 것처럼 카페도 그런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도한 규제보다는 이용자의 책임과 자정능력을 더욱 신뢰한다.
“오프라인 세상에서 아무리 범죄를 막는다고 해도 사고는 터지죠. 그렇다고 모든 걸 규제하는 건 아니잖아요. 카페를 운영하는 포털이 자살 카페라든지 나쁜 이슈에는 금칙어를 설정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지만 무조건 막는 규제와는 다르죠.”
그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인터넷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실명제’ 대신 ‘실존성’에서 찾았다.
“실명제는 기술적으로 피할 수 있는 소지가 많거든요. 그런데 카페를 보면 닉네임(별명)으로 활동하지만 글을 쓰거나 동영상을 올릴 때 자신의 존재를 카페에서 인지하기 때문에 자제를 하는 경향이 있어요. 카페 회원들끼리 서로 견제를 하기도 하고. 무조건 막기보다 이런 자정 작용을 북돋우는 게 포털사업자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카페에 모인 다양한 정보는 인터넷 산업의 근간을 강화하는 중요한 자산이기도 하다. 지난 10년간 다음 카페에 모인 게시글 하나를 A4 용지에 옮기면 에베레스트산 40개를 합친 높이만큼 된다.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카페지만 신종섭 본부장은 앞으로 10년간 영속하는 가치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모바일 인터넷이나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도 접목해 이용자들이 좀 더 쉽게 카페에 접속해 정보를 얻을 수 있게 하는 것도 과제다.
그는 우선 위젯을 첫 출발로 꼽았다. 이미 카페 자체가 가진 개방성을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할 수 있는 접점이기 때문이다. 신종섭 본부장은 “이미 사람들은 카페뿐만 아니라 미니홈피·블로그 등 여러 개의 세상에 살고 있다”며 “이 연결선을 개방해 커뮤니케이션이 커지는 구조를 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수운기자 per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