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전무, 거침없는 `세계 경영`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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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삼성전자 이재용 전무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두 달 사이에만 7∼8개 나라를 방문하며 주요 글로벌 기업 CEO를 잇따라 만나고 있다. 삼성이 전통적으로 인맥이 강한 일본과 미국 기업 외에 최근에는 중국 기업과도 ‘C레벨’ 차원에서 VIP 회동을 갖는 등 ‘세계 경영’을 위한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특히 해외 고객사와 거래 업체 주요 경영진을 만나는 자리에는 삼성전자 최고경영진이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주요 경영 현안을 챙기는 한편 경영권 승계에서 자유로워진 이재용 전무 입장에서 경영 전면에 나서기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17일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최고경영진이 정례적인 만나는 ‘톱 미팅’을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세계 3대 이동통신 장비 업체의 하나로 삼성이 중국 기업 가운데 정례 미팅을 열기로 한 것은 화웨이가 처음이다.

삼성 관계자는 17일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재용 전무가 지난 13일 중국으로 건너가 화웨이 최고경영자인 런정페이 회장 등을 만나 정기 교류회를 갖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특히 이 달 초 하워드 스트링어 소니 회장을 국내에서 만난 지 불과 10여 일 만에 중국으로 건너가 화웨이 최고경영진을 만났다.

화웨이는 중국 선전에서 교환기 업체로 출발했으며 중국 내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네트워크 인프라와 단말기 점유율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은 화웨이에 메모리를 공급하는 한편 단말기나 시스템 등에서는 경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 측은 “삼성과 화웨이 교류회에는 이윤우 부회장은 물론 이재용 전무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전무는 이에 앞서 불과 두 달 차이로 소니 스트링어 회장을 연이어 만났다. 지난 4월 도쿄 소니 본사를 방문해 스트링어 회장을 처음 만났고 이달 2일 삼성과 소니 합작법인인 S-LCD 패널 생산라인 양산 기념식에서 두 번째로 만났다. 특히 스트링어 회장은 기념식을 빌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만찬까지 참석하면서 이 전무를 중심으로 삼성과 소니가 새로운 비즈니스 관계를 모색하고 있다는 관측이 흘러 나왔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실제로 이 전무의 최근 행보는 삼성 주요 현안과 비즈니스에 맞춰져 있다. 경영 쇄신 차원의 단순한 해외 근무 이상이라는 관측이다. 이 전무는 지난해 5월 최고고객책임자(CCO) 자리에서 물러나 같은 해 10월부터 상하이를 주 근무지로 해외 순환 근무를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만 미국·유럽·일본·대만·러시아 등을 잇달아 방문했다. 특히 일본·러시아 출장 등 삼성의 중요한 사업 미팅에는 삼성전자 ‘투 톱’인 이윤우 부회장, 최지성 사장 등이 함께했다. 삼성전자를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구실을 이미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전무는 이달 16일 중국에서 귀국했으며 다음달 초 미국 출장 길에 오를 예정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지금 당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할 가능성이 낮지만 지난달 말 판결로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가 붙었으며 이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 전무 행보가 빨라진 것 아니겠냐”고 내다봤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