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퍼터의 선택

[묵현상의 골프세상] 퍼터의 선택

 나는 퍼터 수집광이다. 사들였거나 얻었던 퍼터의 수가 근 100개에 달한다. 그중 상당수를 남에게 주었거나 교환했는데도 아직도 집에는 30여개의 퍼터가 남아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 가장 가격이 비싼 것은 600달러를 주고 샀던 베티날디 BB 쇼트 슬랜트고, 제일 오래된 것은 1930년대 초반에 나온 그립도 없는 맥그리거의 히코리 샤프트 퍼터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것은 오디세이 투볼 퍼터 신모델이다. 그래도 내가 제일 사랑하는 퍼터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핑 앤서 구형 모델이다(생산된 지 30년쯤 됐다). 여러 가지 퍼터를 들고 라운딩을 하지만 퍼팅이 잘 안 되는 시기에도 믿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드라이버나 아이언은 최신 기술을 적용한 모델이 구형 모델보다 좋다고 단언할 수 있지만 퍼터는 예외다.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에는 물리학이 심리학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지만 퍼팅에는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중에 판매되는 퍼터 종류가 그렇게도 많은 것이다. 헤드가 무거워서 방향이 안정된다고 주장하는 퍼터가 있는 반면에 헤드가 가벼워서 느낌이 좋다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는 업체도 있다. 세계적인 유명 선수들, 예를 들어 필 미켈슨 같이 키도 크고, 퍼팅을 잘하는 선수는 길이 32인치 퍼터를 쓰기 때문에 퍼터 길이가 짧을수록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비제이 싱처럼 40인치 퍼터를 사용하면서도 메이저 대회 우승을 하는 선수도 있어서 도대체 어떤 것이 실체적 진실인지 알 수 없게 됐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기준으로 퍼터를 구입하는지, 지금 사용하는 퍼터가 정말 내게 적합한 퍼터인지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골퍼에 따라 적합한 퍼터는 모두 다르다. 교과서에 나오는 스타일대로 어깨를 이용해서 퍼터 헤드가 일직선으로 움직이는 골퍼는 투볼 스타일 퍼터가 적합하지만 백스트로크가 약간 안쪽으로 휘어져 들어오는 스타일의 골퍼에게는 핑 앤서 스타일의 T형 퍼터가 적합하다. 또 부드럽게 밀어치는 스타일의 골퍼에게는 투볼 스타일이 적합한 반면에 약간 때리는 스타일의 골퍼라면 T형 퍼터가 적합하다. 사람마다 다른 이런 편차는 전문가라고 해도 알아차리기 쉽지 않기 때문에 본인이 정확하게 판단할 수는 없다. 따라서 내게 적합한 퍼터는 여러 종류의 퍼터를 실전에 투입한 결과로 알아낼 수밖에 없다. 한 종류의 퍼터에 집착하지 마시라. 투볼 퍼터, T형 퍼터, L형 퍼터 등 여러 종류의 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자. 그러면 내게 가장 잘 맞는 퍼터를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