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IT 칼럼] 윤재봉 삼일PwC 대표](https://img.etnews.com/photonews/0906/200906180019_18094948_1218919409_l.jpg)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위상을 검색해보면 과연 우리나라가 맞나 의심할 정도로 눈부시다. 총인구가 전 세계에서 25위인 대한민국이 선박 건조량 세계 1위, 인터넷 이용자 수 세계 3위, 외환보유액 세계 4위, 조강 생산량 세계 5위, 자동차 생산량 세계 6위, 그리고 전자제품 생산액 세계 4위의 업적을 이루고 있으니 참으로 대단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런데 전자제품 생산액 세계 4위인 IT 강국으로서의 한국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의 IT 산업 발전이 기형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반도체·휴대폰 등 하드웨어와 디바이스 분야를 비롯해 초고속 인터넷 망 등 유무선 통신네트워크와 IT 인프라를 토대로 한 온라인 서비스 측면에서는 선진국을 압도하는 성적을 나타내고 있으며, 거대 외국 IT 기업들이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자 할 정도로 순발력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IT 산업을 거시적 관점에서 조망해 보면 뭔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것은 IT 산업에서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은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취약하기 그지없다는 현실에서 비롯된다.
2008년 말 현재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약 9674억달러에 이르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세계 시장의 1.8%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연간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20억달러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2∼3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과는 큰 대조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업체 중 매출액 1000억원이 넘는 기업은 티맥스소프트 정도에 불과하다. 세계 100대 소프트웨어 업체 중 우리나라 기업은 찾아볼 수가 없으며 티맥스소프트와 안철수 연구소가 30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상황이다. 소프트웨어진흥원의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인도의 소프트웨어 수출액은 319억달러로 우리의 20배의 실적을 보여 주고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 종사자 수가 우리의 12배에 이른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과거 IT는 산업 그 자체로 존재했으나 이제 IT 융합이 이루어지면서 소프트웨어가 모든 산업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IT 시장 조사기관인 VDC 자료를 보면 하드웨어 안에 든 소프트웨어의 원가 비중은 휴대폰이 54.3%, 자동차가 52.4%, 의료기가 40.9%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곧 제품 경쟁력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조선, 전기·전자, 유조선 등은 IT 원가가 총 원가의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LCD 패널에서 소프트웨어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즉,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쟁력이 없으면 조선, LCD, 자동차 등 제조업 기반 산업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때가 온다는 얘기다.
일자리 측면에서 보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증대된다. 한국은행 자료에 의하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부가가치율은 69.6%로 제조업의 28.8%를 크게 압도하고 있다. 매출 10억원당 고용 창출 효과도 소프트웨어 산업이 6.4명으로 제조업 0.9명의 7배에 이른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이 일자리 창출의 주요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산업이 잘못되면 다른 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는 구조로 산업 구조가 전환되고 있다는 점, 일자리 창출 면에서도 소프트웨어 산업이 크게 기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해진다.
정부는 가시적인 일자리 창출 성과를 시현하는 데 치중하기보다는 청년층이 장기적인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능력을 배양하고 동시에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기여할 수 있는 토대를 육성하는 제도와 인프라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대학이나 연구기관 또는 소프트웨어 업체와 협력해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원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의 집중적인 인턴십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동시에 업계로부터 연구 과제를 공모해 교육기간 중이나 교육 이수 후 일정 기간(3∼6개월간) 공동 프로젝트 팀을 구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하는 것이다. 프로젝트 산출물을 공개하고 혁신적 성과에 적절히 보상할 수 있는 구조도 만들어 줘야 한다.
단기적 실업대책 수단으로만 생각해 코딩만 기계적으로 하는 단순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과 열정이 있는 청년들이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들고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교육 기간 및 공동 프로젝트 수행 기간 동안 행정인턴에 준하는 급여를 지급하되, 일정 고과 미만인 사람을 퇴출시키는 제도를 병행할 경우 교육의 성과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같은 노력으로 청년 실업 해소와 함께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의 가치를 높이고 기반을 확대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개발 여력을 획기적으로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jbyoon@sam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