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채널 소개 세 번째다. 이제야 노출되지만 사실 온미디어(대표 김성수)는 마지막 순서에 호명하기는 너무 아까운 채널임에 틀림 없다. 그러나 주인공은 항상 마지막에 나오는 법. 온미디어는 종합 프로그램 공급사(MPP)라는 명칭에 걸맞게 명품 영화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OCN과 슈퍼액션이 그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온스타일’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들에게 영화는 멀고 패션은 가깝다.
온미디어 채널이 그렇듯 두 영화 채널 모두 ‘럭셔리’한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OCN은 약간 톤이 다르다. 미백과 주름을 한번에 잡는 여성 화장품은 구혜선 외 찾을 수 없듯 ‘럭셔리’와 ‘대중성’을 모두 보장하는 영화 채널은 OCN을 거르고는 상상하기 힘들다. 사실 OCN을 보는 내 첫 느낌은 무모함이었다. 한국판 색계라는 ‘경성기방’을 직접 찍는 등 지상파 방송 일색인 한국 콘텐츠 판을 흔들어보겠다고 ‘발악’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시도는 완성되지 못한 역성 혁명처럼 지속되고 있지만 내 생각은 조금 바뀌었다. 무모함이 아닌 거대함으로 말이다. 케이블의 강자 OCN은 거대하다. 제작비가 많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OCN는 투자 대비 가격에 충실하다.
OCN은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한다. 물론 케이블TV방송과 IPTV에서다. 최고라는 말에는 일부 반발도 있겠지만 전체적인 톤을 부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다면 OCN의 매력은 뭘까. 온미디어가 밝힌 OCN의 장점은 ‘24시간 영화 & 시리즈를 방송하며 뉴미디어 최고의 시청자 선호도를 가진 대표 영화채널’. 다소 건조한 사전적 설명이지만 이 말을 빼고는 OCN을 말하기 힘들다.
OCN은 모든 것이 다르다. 편성부터 그렇다. 그들은 시청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취향을 요일별, 시간대별로 파악해 구획(블록) 편성을 꾸준히 시도한다. 여기까지는 여타 방송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경기도 분당에 사는 오씨네(OCN)는 한발 더 나아간다. 채널 시각에서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를 본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종일 편성이다. 국내 첫 시도이자,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은 ‘CSI 데이’ 편성 아이디어 역시 ‘시청자가 보고 싶어하는 시리즈를 하루 종일 방송하면 어떨까’ ‘쉽게 만날 수 없는 CSI 촬영의 뒷이야기를 다양하게 풀어보면 어떨까’ 하는 오씨네의 시청자 맞춤 서비스가 발단이 됐다.
OCN의 편성 전략은 일견 단순해보이지만 알고 보면 독하다. 최신 영화를 우선 펼쳐놓고 그 사이에 명품 영화들(오드리 햅번 특집 등)을 간간이 집어넣는 식이지만 10·20대의 젊은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30·40대 여성층인 ‘나오미’ 족을 겨냥한 블록 편성(11시)을 시도하는 등 엄선된 맛도 있다.
전체적으로 OCN은 연간 3000편의 영화를 제공하는 채널답게, DVD나 다운로드로는 시청할 수 없는 숨은 명작 영화를 발굴·편성하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시리즈 역시 CSI를 비롯, ‘프리즌 브레이크4’ ‘하우스5‘ ‘레전드 오브 시커’ 등 미국 현지에서 최고의 인기를 끌었던 최신 미드만을 엄선해 편성한다. 호국의 달인 6월에는 ‘전쟁 영화 특집’이 준비돼 있다. ‘아버지의 깃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등이 이번 주 OCN에서 선보일 작품들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 영화 채널이라고 해도 한 곳만을 찍어두고 시청하는 충성맨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달에 하루 정도는 OCN의 종일 편성에 몸을 맡겨 보기 바란다. 얻는 것은 즐거움이며 잃는 것은 지루함일 테니. 최근 OCN은 매각설 등 여러 소문에 시달리고 있어 상황이 좋지는 않지만 그들이 누구던가. 한국에서 종합 미디어 그룹이 나온다면 분당에 있는 두 회사 중 하나일 것이라는 예측은 단순 허언은 아니다. OCN을 이길 채널은 슈퍼액션 정도?
한정훈기자 existe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