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야기] 동 페리뇽

 위대한 발명품은 우연히 또는 실수를 거듭한 후 얻어지는 산물인 때가 많다.

 전 세계 와인 애호가가 좋아하는 샴페인 역시 어느 눈먼 수도사의 헌신적인 열정이 가져온 우연의 산물이다.

 프랑스 샹파뉴 지방 오비레 수도원의 베네딕트 수도사인 페리뇽은 앞을 못 보는 시각 장애인으로 이 수도원의 와인 저장 책임자로 일했다. 그는 앞을 못 보는 대신 후각과 미각이 발달해 와인 배합을 끊임없이 연구할 수 있었다.

 1차 발효가 끝난 와인이 겨울을 난 후 2차 발효될 때 코르크가 ‘펑’ 하고 터지면서 와인이 쏟아지는 현상을 보고 코르크가 터지지 않게 붙잡으면서 2차 발효가 끝난 다음 우아한 향의 샴페인을 만들게 됐다. “신이시여, 드디어 별을 보았습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말이다.

 그가 세상을 떠난 1715년 이후 200년 동안 샴페인은 알려지지 않았다가 모엣 샹동이 동 페리뇽을 인수하면서 1936년에 처음으로 세상에 이 샴페인이 등장했다.

 샹파뉴에는 뛰어난 샴페인이 많다. 크리스털·크루그·태탱저·뵈브 클리코…. 그러나 동 페리뇽을 샴페인의 아버지라 부르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본다.

 그만큼 이 샴페인은 모든 스파클링 와인의 맏형 노릇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샴페인의 생명은 기포에 있다. 작은 기포가 꾸준하게 끊임없이 올라오는 샴페인이 진정 좋은 제품이다. 동 페리뇽은 엷은 노란색과 황금색이 섞인 듯한 호박색을 띠고 있으며 배, 바닐라 향기가 매우 황홀해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샴페인이다.

 마릴린 먼로가 생전에 동 페리뇽으로 목욕을 했다는 말이 있으며, 영국 찰스 왕세자 결혼식의 공식 샴페인으로 사용되는 등 기분 좋을 때 또는 좋은 행사에서 가장 많이 애용된다. 샤르도네 55%, 피노누아 45%의 배합으로 만든 이 샴페인은 캐비어나 생크림 딸기 등이 잘 어울린다.

 동 페리뇽의 ‘슬픈 날에는 샴페인을’의 글을 음미하면서 무더운 초여름 저녁에 샴페인을 한잔 해보자.

 구덕모 와인앤프렌즈 사장 www.wineandfriend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