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직종이 선망의 대상일 때가 있었다. 벤처 붐이 일면서 소프트웨어(SW)가 갑자기 주목을 받았을 때였다. 공과대학이나 이과대학에서 전산학과나 컴퓨터공학과의 커트라인이 가장 높았던 것도 이즈음이다.
아무리 개발자가 대접받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해도 마냥 그때로 되돌릴 수는 없다. ‘거품’이 사라지고 당시의 허상도 적나라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이 다시 인재들에게 ‘꿈’을 주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고객의 입김에 의해 개발 환경까지 좌지우지되는 한국 SW 현실에서, 국내 SW 기업들의 가장 큰손인 공공기관의 목소리는 개발 지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발주 정책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개발 환경을 바꿀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개발자의 창의성과 능력보다는 몇 명의 사람이 투입되었는지를 중심으로 SW 원가를 산정하는 방식부터 혁신이 필요하다. 정부는 헤드카운트 방식이 아닌 기능 점수 방식을 반영해 대가 산정 기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또 고객 사이트에 파견나가지 않아도 개발이 가능하도록 원격지 근무 개발을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했다. 이러한 제도는 공공기관 전면적으로 확산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모니터링과 감시 장치 또한 필요하다.
같은 이치로 발주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하는 것도 개발자의 처우 개선에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시스템 오픈을 남겨두고 갑자기 요구를 수정하고 추가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야근이 잦아진다. 재교육을 할 시간도, 충전을 할 시간도 개발자들에게는 없다는 원성이 커지는 주요 원인이 이것이다.
하도급 승인제도의 관리와 이를 실질적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명확한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하도급이 정규직보다는 프리랜서로 개발자들이 돌아서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승인제도가 시행됐으나, 어떤 사업을 할 때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컴퓨터 교육이 창의적인 사고를 기르는 교육이 되도록 교육 제도와 콘텐츠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윈도나 워드프로세서, 표 계산 프로그램 사용하는 법 정도만 가르쳐서는 SW 산업의 미래를 키우고 인재를 양성하기 힘들다.
한 개발자는 “개발이 좋아서 SW 분야에 발을 디뎠는데 고객 사이트에 파견나가 시키는 일만 하다 보니 의욕이 떨어진다”며 “창의적인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도록 환경이 갖춰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